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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겨울 Sep 30. 2024

웨딩의 세계 (2)

웨딩플래너 없인 못했다

결혼을 준비할 때 나는 정말 웨딩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웨딩업계에서 사용하는 단어들도 뭐가 뭔지 몰라서 준비를 어디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우리는 그렇게 웨딩플래너를 끼고 결혼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플래너 없인 결혼준비를 못했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왜냐고?

아직은 웨딩업계가 너무 폐쇄적이고, 웨딩업체와 웨딩플래너(결혼회사) 와의 관계가 견고하기 때문이다.

플래너를 통하지 않고서는 가격을 알아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구조였다.


가격을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언제까지나 원가일 뿐이고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지불하는 할인된 가격을 개인적으로 알기란 어려웠다. 모든 업체의 비용은 플래너를 통해서만 알 수 있었으며, 플래너 역시 먼저 물어보지 않는 비용은 굳이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아서 우리가 궁금한 업체를 하나하나 다 물어봐야 가격을 비교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어찌 되었든 모든 업체의 가격을 오픈하지 않으니 최저가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같은 업체를 선택하더라도 플래너가 동행인지 비동행인지에 따라 견적이 달라지기도 하고,

같은 스튜디오를 선택하더라도 토털인지, 비토탈인지에 따라 다르고

비슷한 가격처럼 보여도 그 계약에 포함된 서비스 (부케, 드레스 업그레이드, 스튜디오의 경우 추가금 없이 촬영 가능한 로드씬, 야간씬.. 등)까지 비교하기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내가 웨딩업계에 호구 잡힌 예비 신부, 예비 신랑이란 걸 인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추가금 방어의 기회는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결국 처음 선택했던 스튜디오의 옥상 공사 문제로 인해 스튜디오를 다른 곳으로 바꾸면서 33만 원의 추가금이 발생했지만 말이다.


누군가는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너무 돈돈 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주위에 결혼식 환상이 많은 경우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부부들도 꽤나 보기도 했다.

솔직히 그런 결혼식엔 하객으로 가면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으니 좋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인생에 한 시간 정도뿐인 결혼식이다.

그 결혼식이 끝나면 나는 내 일상으로 돌아오고 다시 출근을 하고 월급을 쪼개서 저축을 해야 한다.

직장인 월급 빤한데, 한 시간뿐인 결혼식에서 허영심은 잠시 내려놓고 싶다.


남들이 멋지고 성대하다고 말 안 해줘도 괜찮다. 그냥저냥 평범하게 결혼하는 걸로 나는 만족한다.


얼마전 영화 '다우렌의 결혼'을 혼자서 봤다.

입봉을 꿈꾸던 조연출이 고려인 결혼식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갔다가 문제가 생겨 어떻게든 결혼식 장면을 담기 위해 동네 사람들에겐 비밀로 한채 가짜 결혼식을 올리는 내용이었다.


가짜 신부, 가짜 신랑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진짜 결혼하는 줄 알고 진심어린 축하를 전한다.


가짜 신랑에게 길에서 만난 동네 할머니가 환하게 웃으시며

결혼 축하해, 행복해야해 라고 말하며 안아주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작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가족들, 친지들, 친구들만 와준다면

그게 내 성공적인 결혼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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