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소설] 이승철의 "열을 세어 보아요."

그래도 세찬이는 숫자를 세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by 조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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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아! 엄마 금방 갔다 올게. 할머니랑 놀고 있어.”


세찬이는 눈을 뜨자마자 엄마와 이별을 했다. 처음엔 매달려도 보고, 울어도 봤지만, 별 수가 없었다. 그저 이상했다. 왜 엄마가 자신을 두고 매일 나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찬이 엄마가 일을 나간 것은 아파트라는 곳에 이사를 오고 난 후부터였다. 아니, 아빠라는 사람이 사라지고 난 후부터였나? 어쨌든 세찬이는 지금 아빠 없이 엄마랑 할머니랑 함께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아빠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아파트라는 곳에 괜히 이사를 와서 아빠라는 사람이 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세찬이는 아빠라는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에 엄마가 아침마다 일을 나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유치원을 다니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엄마가 그렇게 매정하게 나가고 나면, 느릿느릿한 할머니는 뒹굴뒹굴 굴러다니며 놀고 있는 세찬이에게 아침밥을 챙겨주었다. 세찬이는 그나마 할머니라도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자주 했다.


“할머니, 요구르트!”


계란 프라이에 밥을 후딱 비벼먹고 나면, 세찬이는 항상 요구르트를 찾았다. 마치 그 요구르트가 세찬이의 진정한 아침밥인 것처럼. 할머니는 한숨을 한 번 쉬고 나서 냉장고에서 요구르트를 하나 꺼낸다. 세찬이가 쪼르르 달려오자, 할머니는 요구르트 뚜껑을 따서 주려고 한다. 그러자 세찬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따지 마. 따지 마!”


할머니는 두 번째 한숨을 쉬고, 요구르트 뚜껑을 자신의 치마로 쓱쓱 닦아 내고 나서야 세찬이에게 요구르트를 넘긴다. 세찬이는 요구르트를 받자마자, 앞니로 요구르트의 뚜껑을 뽕하고 뚫는다. 달콤한 물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세찬이는 자신도 모르게 웃는다. 그리고 한동안 요구르트 병을 입에 물고 아주 조금씩 쪽쪽 빨아 마신다. 그 사이, 할머니는 설거지를 한다. 세찬이가 요구르트를 다 빨아먹고 요구르트 병으로 피리를 불 무렵, 할머니는 설거지를 끝낸다. 할머니가 손에 묻은 물을 치마에 툭툭 털어 내면, 세찬이는 요구르트 빈 병을 할머니에게 내밀며 이렇게 말한다.


“할머니! 요구르트, 하나 더!”

“안 돼. 요구르트는 하루에 한 개!”

“에이, 하나 더! 하나 더!”

“안 돼. 다섯 살 되면 하나 더!”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래, 우리 세찬이 똑똑하네. 지금 세찬이는 넷이라 안 돼.”

“근데, 할머니! 아빠는 언제 와?”

“열 밤 자면.”

“열 밤 지났는데?”

“그럼, 백 밤 자면.”

“그럼, 엄마는 언제 와?”

“세찬이가 열을 세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 여덟?”

“여섯!”

“아! 여섯, 일곱, 여, 여덟, 아홉, 열! 엄마 언제 와?”

“세찬이가 백을 세면.”

“근데, 할머니! 세찬이는 백까지 셀 줄 몰라.”

“놀이터 나갈까?”

“응!”


할머니는 세 번째 한 숨을 쉬고, 세찬이의 손을 잡고 현관문을 나선다. 세찬이는 계단을 내려가는 내내 숫자를 센다. 눈에 보이는 것마다 숫자를 센다. 한 번은 놀이터 옆에 서 있는 나뭇잎을 세다가 숨이 넘어갈 뻔했다. 그래도 세찬이는 숫자를 세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야 일 나갔던 엄마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빠도 돌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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