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소설] 테이의 "사랑은...향기를 남기고"

인연은 그렇게 늘 우습게 부서진다.

by 조경아



역겨운 땀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내게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나는 고개를 돌리며 한 걸음 물러났다. 나를 보고 반갑게 달려온 그가 무색할 만큼. 덕분에 그의 얼굴도 살짝 일그러졌다. 하지만, 나는 내 행동에 대한 변명을 하지 않았다. 그 변명이 그를 더 민망하게 만들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었죠?”


결국, 그가 먼저 내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역시나 나는 그 사과를 받아주지 못했다. 대신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주 친구의 소개로 남자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오늘 만남이 두 번째 만남이었다. 남자는 건축 일을 한다고 했다. 그날도 남자는 현장에서 달려오느라 오늘보다 더 헐레벌떡 내 앞에 나타났었다. 만약 남자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남자를 다시 만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며칠 전 남자가 뜬금없이 전화를 해 영화를 같이 보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다크 나이트>라고 하면서.


굳이 남자를 만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보려고 했던 영화를 보자고 했다. 남자는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영화를 예매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 대신 저녁은 근사하게 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남자가 영화예매시간 10분 전까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부담스러웠는데 내심 잘됐다 싶었다. 그래서 혼자 영화를 보러 들어가려는 순간, 남자가 저만치서 헐레벌떡 나타났다. 그리고 맡고 싶지 않았던 그 땀 냄새를 맡게 했다. 나는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남자와 함께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영화관 좌석에 앉자마자, 불이 꺼졌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옆에 앉은 남자의 몸에서 계속해서 땀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났다. 나는 불이 켜지기도 전에 먼저 영화관을 나왔다. 남자도 부지런히 나를 따라 나왔다. 남자는 영화에 대한 감상을 말하기도 전에 내게 물었다.


“뭐 좋아하세요? 좋아하시는 걸로 먹으러 가죠.”

“죄송해요. 속이 좋질 않아서. 그럼, 안녕히 가세요.”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말해서 남자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남자의 얼굴이 얼마나 일그러졌을지 짐작은 갔다. 그래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또각또각 앞으로 걸어갔다. 영화 티켓을 내가 예매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곧장 집으로 씩씩하게 돌아왔다.




“야, 너는 맘에 안 들면 아예 만나질 말지. 왜 영화까지 보러 가서 그러고 오냐?”

“아무래도 내가 좀 심했지?”

“너 이제 국물도 없어. 다신 소개팅 해주나 봐라.”

“미안해, 정말.”

“당연히 그래야지. 근데, 너 도대체 왜 그런 거야?”

“뭐가?”

“아니, 왜 갑자기 그렇게 획 돌변한 거냐고? 혹시 영화 볼 때 무슨 일 있었어?”


땀 냄새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끝내 친구에게 그 말을 하지 못했다. 남자를 위한 배려 때문은 아니었다. 아직도 어쩔 수 없는 옛 기억 때문이었다.




“땀 냄새가 이렇게 좋은 거였나?”

“저리 가! 냄새난다니까!”

“하하, 괜찮아! 진짜 좋다니까?”


정말이었다. 예전의 나는 분명 누군가의 땀 냄새를 무척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아니, 세상의 땀 냄새는 다 그렇게 좋은 걸로만 알았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그 남자의 기습적인 땀 냄새를 맡기 전까지는.


그 누군가가 특별히 아주 향기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향수를 뿌리는 사람도 아니었고, 아주 좋은 섬유유연제를 쓰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체취가 나는 아무런 이유 없이 좋았을 뿐이다.


남자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자각이 없던 내게 그 남자의 땀 냄새가 내 향기롭던 시절을 일깨워줬을 뿐이니까. 인연은 그렇게 늘 우습게 부서진다. 그래서 사랑은 늘 그렇게 어렵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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