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소설] 김연우의 "이별택시"

그녀가 울음을 멈춘 이유...

by 조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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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마실래? 복숭아 아이스티?”


경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 만에 만난 재욱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음료 주문을 한다. 경애는 그런 재욱이 낯설지 않다. 지난 5년 동안 반복된 학습효과 일 것이다. 벌써 5년이다. 지난 5년 동안경애와 재욱은 줄 곳 싸우고 헤어지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래서 화해를 하는 것도 참 쉬웠다. 하지만, 오늘 경애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어쩌면 재욱도 그런지 모르겠다.


“하고싶은 말이 있구나?”


혼자 이야기를 하던 재욱이 아무 말없이 음료수만 마시고 있는 경애를 보고 하는 말이다. 문득, 경애는 자신이 재욱을 만나기 위해 꽤 먼 거리의 거리를 걸어왔음을 깨닫는다. 왜 그랬을까? 평소 같았으면 오랜만에 만나는 재욱이 빨리 보고 싶어 서둘러 왔을 텐데. 경애는 만나는 장소 몇 정거장 전에 내려 천천히 걸어왔다. 아니, 어쩌면 경애는 오늘 재욱을 만나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이제 그만 하자!”


그동안 경애와 재욱이 싸울 때마다 했던 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헤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그런데, 오늘경애는 혼자 여전히 떠들고 있는 재욱을 보며,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선배 언니의 말이 떠 오른다. 진짜 헤어지는 사람들에겐 안녕이라는 인사말도 없는 거라고. 경애는 물끄러미 재욱을 바라 본다. 지난 5년 동안 경애를 그렇게 애태우던 얼굴이다. 그런데, 이젠 낯선 사람 같다. 모든 것을 태워 버리고 난 기름 통처럼 경애 가슴속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듯하다. 그런, 경애의 얼굴을 보고 재욱도 말을 잃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없이 그날이 서로 헤어지는 날인 것을 알았다.


“택시!”


길 맞은 편에서 재욱이 택시를 부르는 목소리다. 그의 목소리가 너무도 커서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하다. 물론, 경애가 들으라고 지르는 소리인 것을 안다. 평소 경애는 택시만 타고 다니는 재욱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었다. 돈을 모으려면 이런 쓸데없이 낭비하는 돈을 없애야 한다고. 무언으로 이별을 직감한 재욱은 아마도 화가 났나 보다. 그래서 일부러 경애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애는 그런 재욱의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고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건너편 재욱에겐 눈길 조차 주지 않고 택시에 탔다. 재욱은 말을 잃은 채 그런 경애를 처량하게 바라 본다.


“어디로 가십니까, 손님?”


친절해 보이는 택시 운전기사가 경애에게 묻는다. 순간, 경애는 설움이 복받쳐 울음을 터뜨린다. 택시운전기사는 깜짝 놀라 백미러로 힐끗 경애를 쳐다 본다. 경애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목이 메어서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경애를 쳐다 보던 택시기사 아저씨는 비상등을 키더니, 잠시 차를 멈춘다. 깜빡이는 비상등 소리와 경애의 울음소리가 어울릴 때쯤, 택시 운전기사 아저씨는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마치, 경애에게 마음껏 울어 보라는 듯 자리를 피해 주는 것이다. 그런 택시 기사 아저씨를 보고, 더 크게 울기 시작하는 경애. 지금이 순간 만은 재욱보다 택시 운전기사 아저씨가 더 살갑게 느껴진다.


"아저씨! 능동이요!"


정말 서럽게 울던 경애가 무슨 이유에 선지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 택시 기사 아저씨를 부른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서둘러 담뱃불을 끄고 차에 오른다. 백미러로 힐끗 경애를 보는 택시 아저씨. 경애 얼굴은 약간 화가 나 있는 듯하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날아 갈 듯 차를 몬다. 누구보다 서럽게 울던 경애를 멈추게 한 것은 바로 택시 미터기였다. 차를 세우고 자리를 비워준 아저씨가 미터기를 끄지 않고 나갔기 때문이다. 서럽게 울던 와중에도 경애는 친절한 택시 아저씨 덕분에 울음을 멈출 수 있었다. 어쩌면 경애에게 그 순간만큼은 이별보다 택시 요금이 조금 더 무서웠는지도 모르겠다.


>>김연우의 이별택시 노래 듣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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