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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경아 Sep 06. 2015

[노래소설] 이적의 "다행이다"

그녀가 펑펑 울던 날...


 눈을 떴다. 아침이다. 나는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온 힘을 다해 밥통 버튼을 누른다. 전기 압력 밥통에 빨간 불이 들어 왔다. 지금 침대에서 곤하게 자고 있는 그녀가 그랬다. 빨간 불이 켜지면, 밥이 되기 시작하는 거라고. 다행이다. 그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다시, 그녀가 누워있던 침대로 가본다. 자면서도 울었나 보다. 그녀의 눈이 퉁퉁 부어있다. 그녀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시 그녀 옆에 누워 본다. 새근거리는 그녀의 숨소리는 어떤 음악보다 아름다운 것 같다. 그녀 얼굴을 가리는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귀 뒤로 넘겨 준다. 


사실, 그녀는 지난 일주일 동안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녀의 슬픔이 내 뼈 속 깊숙한 곳까지 느껴진다. 그녀가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서, 어디론가 증발해 버릴 것 만 같다. 이제 그녀가 그만 울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사라진다면, 나는 아무 의미 없는 존재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게 그녀의 어머니만큼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피~익~~~~~~~~~!”


깜짝 놀랐다. 그녀도 그 요란한 소리에 눈을 떴다. 밥통에서 김이 빠지는 소리였다. 그녀를 깜짝 놀라게 한 것 같아 또 속이 상한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묻는다.


“나 대신, 네가 밥을 한 거야?”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나를 꼭 껴안아 주며 이렇게 말한다. 


“고마워, 이젠 정말 너밖에 없다!”


그녀가 나를 꼬옥 안으며 말했다. 나는 또 울컥한 기분이 든다. 그녀가 정말 혼자라고 느끼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녀 어머니의 빈자리는 내가 채워 줄 수 없다는 것이 더 마음 아픈 것이다. 


“배고프다. 우리 이제 밥 먹자!”


그녀가 밥을 먹는다. 볼이 빵빵할 정도로 많이 먹었는데 자꾸만 밥을 떠 먹는다. 그런데 눈에는 또 눈물이 난다. 밥을 먹다가 그녀가 또 운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런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울면서도 씩씩하게 밥을 먹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밥은 제때 꼭 챙겨 먹으라고 했거든. 아무리 슬퍼도 밥은 먹으라고……”


그녀 입 속에 밥 때문에 못  알아들을 말이었지만, 나는 다 알아 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씩씩하게 밥을 먹는다.

밥을 다 먹고 오랜만에 그녀가 화장을 한다. 퉁퉁 부은 두 눈을 이리저리 눌러 보기도 한다. 그러더니 평소보다더 진한 아이섀도와 아이라인을 그린다. 그녀의 얼굴이 조금 무섭게 변했지만, 나는 아무  말없이 그냥 지켜만 본다. 왜냐하면, 정말 오랜만에 그녀와 하는 외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경 못 써줘서 미안했다며, 그녀가 내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아직 마음도 몸도 추스르지 못한 그녀인데,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5월의 햇살이 따가웠지만, 싫지 않은 날씨다. 그녀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 그녀와의 데이트 장소는 재래시장이었다. 그녀는 마음이 울적할 때면 시장에 가 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녀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그녀가 웃는 것만 보아도 나는 이렇게 행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다가 문득, 나는 나 혼자 있음을 느꼈다. 그녀를 놓쳐 버린 것이다. 큰일이다. 이런 곳에서는 그녀를 찾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하지만,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속에 나는 그녀를  잃어버렸다.




 “어머, 깜짝이야! 웬 강아지가 여기 있네?”


 무섭게 생긴 아줌마가 나를 알아보고 팔을 뻗는다. 그렇다. 사람들은 나를 강아지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강아지로만 대해 주지 않는다. 그녀에게 나는 가족이었다. 나에게 그녀는 가족이자 애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나를 잃어버렸다. 나도 그녀를 잃어버렸다. 무섭게 생긴 아줌마가 나를 잡으려는 순간, 나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 있는 힘껏 도망쳤다. 그녀와 함께 보았던 TV 프로그램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유기 견들의 참혹한 모습을 나와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봤었다. 무섭게 생긴 아줌마에게 잡혔더라면, 나는 어쩜 그런 곳에 끌려갔을지도 모르겠다. 울고 싶었다. 아니 소리 치고 싶었다.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불러 보고 싶었다. 그녀 없는 삶은 내게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 보다 그녀가 더 걱정이 되었다. 위로가 필요한 그녀에게, 나로 인해 더 큰 슬픔을 주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녀를 찾아야 한다.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녀의 향기를 맡으려 노력했다. 어디선가, 아주 희미하게 자몽 비누 향이 내 코 끝을 희미하게 스친다. 나는 그 향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점점 그 향기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을 때, 그녀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사모야, 사모야, 도대체 어디 있니? 아저씨, 혹시 하얀색 긴 털을 가진 강아지 못 보셨어요? 사모야!”


나는 큰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드디어 그녀가 나를 봤다. 그리고 나는 바로 그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녀가 눈 화장이 다 번진 얼굴로 나를 잡고 엉엉 울었다. 나도 그녀 품에 안겨 마냥 울었다. 사람 많은 시장에서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껴 안고 마냥 울었다. 다행이다. 그녀의 품에 다시 안길 수 있어서…….



                                                                           - 끝 -


>>이적의 다행이다 노래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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