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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경아 Aug 16. 2024

5화. 누군가는 낙엽이 되고 누군가는 새싹이 되는...

연재소설 <아파트에게>

 아파트 그림자가 바닥에 길게 누울 때쯤이면 종일 앉아서 라디오를 듣던 덩치 좋은 경비아저씨가 라디오를 끄고 경비실 밖으로 나옵니다. 경비실 앞에는 어느새 순찰 중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습니다. 경비 아저씨는 105동 단지 주변을 거닐며 이리저리 기지개를 켭니다. 그러다 경비아저씨의 시선이 화단 앞에 있는 키 작은 나무에서 멈춥니다. 그렇게 한참을 키 작은 나무를 바라보다가 그 잎사귀들을 만지작거립니다. 평소엔 별 관심 없어 보였는데 오늘은 웬일인가 싶습니다. 퇴근하던 301호 아저씨도 그런 경비아저씨가 궁금했는지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을 겁니다.

 “안녕하십니까?”

 “아이고, 오늘은 일찍 퇴근하셨네요?”

 “하하, 네. 그런데 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

 “이 녀석들 좀 보느라고요.”

 “반짝반짝 거리는 게 참 예쁘죠? 근데, 이 녀석들 이름이 뭔지 혹시 아시나요?”

 “회양목. 회양목이에요.”

 “아, 그렇군요. 매일 보면서도 그걸 몰랐네요.”

그러더니 301호 아저씨는 가방에서 수첩과 볼펜을 꺼내 열심히 무언가를 적습니다. 경비 아저씨는 무슨 일인가 싶어 301호 아저씨를 신기한 듯 쳐다봅니다.

 “실은, 얼마 전부터 이 나무 이름이 엄청 궁금했는데, 알 방법이 없었거든요. 이름 잊어버리지 않게 여기다 적어 두려고요.”

 “근데, 그게 왜 궁금하셨을까요?”

 “그러게요. 이상하게 요즘 나무들한테 관심이 많아지네요. 근데 또 생각보다 이 녀석들 이름을 알기도 쉽지 않고. 그래서 들을 때마다 이렇게 적어 놓습니다.”

 “요즘 사람답지 않게 참 특이한 취미를 가지고 계시네.”

 “그런데 아저씨는 이 나무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아, 제가 관절이 좋지 않은 편인데, 이놈들을 뜯어다가 달여 먹으면 관절염에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한번 보고 있었어요.”

 “아, 그래요? 이 녀석들이 그런 효능이 있어요?”

 “그렇다고 하네요. 사실 이 녀석들이 제법 자라고 나면 나무가 꽤 단단해져서 이 녀석을 가지고 도장을 만들기도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이 녀석을 도장 나무라고도 부르잖아요.”

 “아, 도장 나무! 도장 나무는 많이 들어봤어요. 세상에, 회양목 별명이 도장 나무였군요? 거참 재밌네요.”

301호 아저씨는 경비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며 연신 수첩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었습니다. 301호 아저씨는 정말 나무들에게 관심이 많나 봅니다. 어쨌든 오늘은 회양목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가 부럽습니다. 사람들이 저렇게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도 부러웠지만 별명까지 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부러웠습니다.


 여름이 왔는지 나를 포함한 아파트 단지 나무들은 어느새 짙푸른 초록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다들 묘목에서 겨우 벗어난 수준이라 아직까지는 넉넉하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요즘은 제법 물이 올라 보입니다. 모든 게 뜨거운 여름 햇살 덕분입니다. 반면에 105동 아파트 왼 편, 그러니까 내 앞에 있는 놀이터는 하루 종일 적막합니다. 하루 종일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느라 거의 매일 놀이터에 나와 놀던 세찬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어졌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햇살을 먹고 자라는 나무들과 달리, 사람들은 뜨거운 여름을 정말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드물어진 뜨거운 오후가 되면, 매끈하고 탄탄한 이파리를 많이 가진 회양목은 이 축복과도 같은 여름 햇살을 견디며 외롭지만 눈부신 반짝임을 멈추지 않습니다.


 뜨거운 여름의 축복 때문인지 어느새 나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부목이 답답해질 정도로 몸뚱이가 굵어졌습니다.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나름의 꽃을 피우며 나름의 열매를 만들어 낼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꽃나무들에 비하면 많이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수많은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피워낸 꽃과 열매들은 무척이나 자랑스럽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이런 나무들의 노력에 대해 제대로 알아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한 겨울 칼바람을 맞고 두터워진 나무줄기를 뚫고 나오는 꽃봉오리와 새싹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하루하루 뿌리를 통해 끌어드리는 수분과 영양분이 산소로 배출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얘깁니다. 그저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거나 탐스런 열매를 맺을 때만 아주 잠깐 우리들에게 시선을 보낼 뿐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나처럼 볼품없는 나무들은 좀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좀처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름이면 제법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 주변에 모여든다는 것입니다. 사실 내 자랑 같은 이야기지만, 여름이 되면 내가 만들어 낸 그늘 아래 놀이터 벤치는 105동 아파트 사람들의 동네 사랑방이 되기도 합니다. 덕분에 경비실에서 들리는 라디오 소리보다 아파트 사람들이 벤치에서 나누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더 재밌어졌습니다. 처음엔 누구네 집 이야기인 줄 정확히 몰랐다가 아파트를 드나드는 사람들의 모양새를 보고 누구인지 알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겼습니다. 그렇게 105동 주민들의 사랑방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이 들어 이파리들이 괜히 간질간질 거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105동 아파트에 가려 오후 내내 햇빛을 받지 못하던 나는 이제 햇빛을 제법 받을 수 있을 만큼 자랐습니다. 아파트 단지 정원에 심어진 후, 지금까지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아파트 앞쪽으로 가지를 뻗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내 수형은 앞쪽으로 약간 쏠리는 모양이 되었지만, 오후에도 상당히 많은 부분까지 햇살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뿌듯한 것은 105동 앞쪽으로 뻗어나간 가지들 덕분에 109호와 209호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209호에는 젊은 신혼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젊은 새댁은 하루 종일 혼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처음엔 왜 매일 혼자 집안에만 있는 걸까 궁금했는데, 그 젊은 새댁의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208호에 사는 아주머니의 표현으로는, 209호 새댁은 아이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를 가졌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지만,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인 시간들은 그 의미를 저절로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아이를 가졌다는 말은 나무가 꽃을 피워 열매를 맺었다는 말과 비슷한 말이었습니다. 걱정할 일이 아니라 축하해 주어야 할 일이라는 사실에 나는 한결 마음이 놓였습니다. 사실, 내가 작정하고 209호를 계속 살피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주 신기하고 이상한 물건, 텔레비전 때문입니다. 텔레비전은 라디오처럼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는 상자였지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소리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세상, 또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상자였습니다.


 거동이 불편해서 그런지 좀처럼 밖으로 나서지 않았던 209호 새댁은 하루 종일 그 텔레비전이라는 마법 상자를 켜 놓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나도 텔레비전의 매력에서 푹 빠졌습니다. 라디오보다 텔레비전이 백배 더 재밌는 순간은 아무래도 드라마를 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라디오를 들을 때는 목소리로 상황을 상상만 할 수 있었는데, 텔레비전은 사람들의 생생한 표정과 행동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이 참 예쁘고 잘생겼다는 겁니다. 덕분에 좋아하던 라디오는 이제 텔레비전 방송이 하지 않는 낮에만 잠깐 듣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론 라디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이젠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호기심은 미안함 마음이나 협박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에도 209호 젊은 새댁은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기다리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새댁 어깨너머로 보이는 텔레비전을 함께 봅니다. 그렇게 한참을 보고 있는데, 새댁의 고개가 자꾸만 넘어가는 게 보입니다. 세상에 저렇게 재밌고 신기한 텔레비전을 보며 졸고 있다니!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젊은 새댁은 처음부터 텔레비전에는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까딱까딱 졸고 있는 새댁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젊은 새댁은 텔레비전을 보며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길가에 서 있는 은행나무가 개나리보다 탐스러운 노란색으로 물들어 갈 무렵, 아파트 단지에 이상한 기운이 맴돌았습니다. 하루 종일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나오던 드라마와 음악이 어느 순간 멈추고, 슬픔에 가득 찬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어떤 아저씨의 커다란 사진만 크게 보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세상에! 이제 어쩌면 좋아.”

 “우리 시어머니는 어제 하루 종일 우셨다니까. 시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도 안 우시던 분이.”

 “그럴 만도 하지. 배곯고 살던 우리들을 이렇게 먹여 살린 분이잖아.”

 “어떻게 그런 분에게 총을.......”

 “아이고, 우리 영애님은 또 무슨 죄야? 부모님 모두가 그렇게 총에 맞다니.”

 “안 그래도 여리신 분이 저러다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야.”

 “그나저나 우리 비상식량이라도 준비해야 하는 거 아냐?”

 “아니, 왜?”

 “이런 시국에 빨갱이 놈들이 가만히 있겠어?”

 “에이, 그래도 미국이 지켜주고 있는데 함부로 도발하려고.”

 “모르는 일이야. 이참에 뭐 좀 사다놔야 지.”

 “그래? 그럼 나도 같이 가!”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이 죽었나 봅니다. 도대체 얼마나 높은 사람이기에 세상 사람들이 저리 슬퍼하고 분노하는 걸까요? 105동 아파트보다 높은 사람일까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죽었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드라마를 볼 수도, 음악을 들을 수도 없는 걸까요? 어쨌든 덕분에 나 역시 꽤 우울하고 슬픈 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 요즘 유치원에 다니느라 보기 힘들었던 세찬이가 오랜만에 놀이터로 놀러 나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세찬이 뒤통수만 보고 있는데 세찬이 행동이 조금 이상합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놀이기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닥에 깔린 모래더미만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세찬이도 나처럼 심심해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세찬이의 모습이 낯설게 여겨졌던 것은 항상 세찬이와 함께 놀이터로 놀러 나왔던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부터 세찬이가 사는 202호 앞에 등불 하나가 켜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202호를 들락거리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제야 또 한 조각의 퍼즐이 맞춰집니다. 며칠 전 돌아가신 그 높으신 분처럼 세찬이 할머니도 하늘나라로 돌아가신 모양입니다. 세찬이에게 할머니의 죽음은 세상 누구보다 큰 슬픔일 겁니다. 고개를 숙인 채, 혼자 모래 장난을 치고 있는 세찬이의 등짝이 오늘따라 더 안쓰럽고 안타까워 보입니다. 내게 움직일 수 있는 가지라도 있었다면 세찬이의 그 쓸쓸한 등짝을 토닥여 줄 수도 있으련만. 오늘따라 차갑게 부는 바람에 비쩍 마르고 볼품없는 낙엽만 세찬이 등짝에 눈물처럼 뚝뚝 떨어뜨릴 뿐입니다.


 달님도 깜빡 잠이 든다고 하는 깊은 새벽, 갑자기 209호 새댁 집에 불이 켜졌습니다. 달님처럼 꾸벅꾸벅 졸던 나도 깜짝 놀랐습니다. 연일 안 좋은 일을 겪은 터라 209호에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때, 옆집 208호에도 갑자기 불이 켜졌습니다. 덕분에 나는 더 불안하고 초조해졌습니다. 발이라도 있으면 동동 구르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얼마 후 아파트 현관 쪽이 시끌시끌해졌습니다. 209호 남자가 새댁을 부축하며 걸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에게 기댄 새댁은 얼굴을 찡그리며 연신 신음소리를 냈습니다. 나뭇가지가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졸고 있던 키 작은 경비 아저씨도 깜짝 놀라 경비실 밖으로 뛰어나옵니다. 208호 아저씨도 209호 부부 뒤를 따라 허둥지둥 뛰어나왔습니다. 208호 아저씨는 주차장에 서 있는 몇 개 안 되는 자동차 중 하나로 곧장 달려갔습니다. 208호 아저씨는 자신의 차에 올라타자마자, 요란하게 시동을 겁니다. 그리고는 다시 차에 내려 힘겹게 걸어오는 젊은 새댁을 함께 부축합니다. 뒤따라 나온 208호 아주머니 역시 짐을 한 보따리 들고 자동차로 냅다 뛰어갑니다. 208호 아저씨는 뒷좌석에 209호 젊은 부부를 태우고, 208호 아주머니는 앞자리 보조석에 태웁니다. 초조한 엔진 소리를 내며 208호 아저씨의 자동차가 105동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가자, 105동 아파트에는 다시 적막이 내려앉았습니다. 키 작은 경비 아저씨도 그제야 긴 한숨을 내쉬고 다시 경비실로 돌아옵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스름한 미명이 찾아올 무렵, 208호 아저씨가 몰고 나갔던 자동차가 다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옵니다. 깜짝 놀라 마른 나뭇가지를 곤두세웁니다. 키 작은 경비 아저씨도 벌떡 일어나 주차장까지 마중 나옵니다. 208호 아주머니가 차 창문을 열고 경비 아저씨에게 소리칩니다.

 “공주님이에요. 공주님!”

 “아이고, 아주머니가 딱 맞추셨네요.”

 “배 모양이 딱 딸내미였어요.”

 “산모는 이상 없습니까?”

 “아휴, 말도 마세요! 초산이라 좀 힘들까 싶었는데, 병원 도착하고 10분 만에 낳아 버렸어요.”

 “아휴, 정말 다행이네요. 두 분도 오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경비 아저씨와 208호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만 있던 208호 아저씨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퍼집니다. 그제야 나도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참, 아이 낳으면 208호 사장님께서 이름 지어 주신다고 하셨던 거 같은데, 이름은 지으셨나요?”

 “그럼요! 이이가 작명 공부를 좀 해서 친척 애들 이름도 다 지어줬었거든요.”

 “혹시, 남자아이 이름으로 지어 주신 건 아니죠?”

 “혹시 몰라서 남자 이름 하나, 여자 이름 하나 지어 두었죠.”

 “잘하셨네. 그럼, 이제 뭐라고 부르면 됩니까?”

 “민정이. 민정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하하하!”

묵묵하게 듣고만 있던 208호 아저씨가 갑자기 끼어들어 민정이라는 이름을 말하며 혼자 웃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경비 아저씨도, 208호 아주머니도 따라 웃습니다. 나도 따라 웃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의 세상 같았던 105동 아파트에서 누구는 죽고, 누구는 태어난다는 사실이 왠지 믿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슬픔과 기쁨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같은 공간에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잔인하단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슬프고도 기쁜 하루가 오늘도 어제처럼 무심히 흘러갑니다.


6화에서 계속.......



#삶과죽음이공존하는 #우리들의고향아파트 #1979년어느가을날 #연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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