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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경아 Sep 13. 2015

[노래소설] 빅뱅의 "BAD BOY"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



“우리 그만 헤어져!”


 야호!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기에는 일렀다. 그녀에게 듣고 싶던 한마디를 기어코 듣고 말았지만, 지금 바로 좋아하는 티를 내면 모든 것이 말짱 도루묵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를 위한 나의 마지막 배려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바로 비극적인 슬픔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절대 말로 붙잡겠다는 표현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저 답답하고 슬픈 표정으로 지으며 긴 한숨만을 내뱉어야 한다. 그러자 그녀가 뾰로통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한다. 물론, 이제 자기를 잡아달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표정을 못 본 척 하며 먼 산을 바라볼 뿐이다.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이별을 앞둔 주인공처럼 슬프고 아련한 표정을 최대한 지어야 한다. 그게 생각보다 그렇게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카페에서 적당히 슬픈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얼굴에 후회스런 표정이 나타날 때쯤 나는 정돈된 마지막 멘트를 던진다.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자. 미안해. 내가 감히 너 같이 좋은 여자를 잡을 힘이 없다.”


그리고는 뒤돌아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람같이 나와 버렸다. 뒤통수가 뜨끈할 정도로 따가웠지만, 절대 뒤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돌아보면 돌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녀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지난 번 헤어졌던 그녀는 내 이름을 부르며 욕을 하는 바람에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안녕, 나의 천사! 우리의 인연은 여기 까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나를 나쁜 남자라고 부른다. 편하게 말하면 나쁜 새끼라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억울하다. 나를 나쁜 남자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나는 별반 다르지 않다. 왜냐면, 그들은 나보다 조금 더 거짓말을 잘하는 것뿐이니까. 물론, 이미 마음은 떠났는데 노력으로 관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해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말해주고 싶다. 사랑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그러니 제발 조금 더 솔직하게 살고 싶은 나의 의지를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밤금 전에 헤어진 그녀는 그래도 좀 오래 만난 편이었다. 생각보다 착하고 배려심도 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에게도 역시나 질려 버렸다. 그녀가 마치 내 엄마가 되기로 작정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는 그녀는 내가 만나는 친구들까지 관리하기 시작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그녀에게 무언의 눈치를 보내며 연락을 서서히 줄여나갔다. 그녀가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하게끔 만든 것이다. 눈치 빠른 그녀는 고맙게도 내가 쓴 각본대로 오늘 이별을 선언해 주었다. 




  <대학로 XXXX 커피 3시>


 사실 그녀 앞에서 조금 더 슬픈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얼마 없었다. 오늘 소개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와 헤어진 이곳 대학로에서 바로 소개팅을 해야 된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그녀가 이별을 선언해 주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다. 그러니 오늘 새로 만날 그녀는 어떤 여자일지 궁금해졌다. 그러자 헤어진 그녀는 어느새 까맣게 잊혀졌다. 그렇게 나는 오늘 오랜만에 가슴이 설렜다.

다행히 귀여운 아가씨였다. 나이에 비해 어려 보였고, 수줍음도 많아 보였다. 또한, 그녀는 내가 하는 모든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해 주었다.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기분이 좋아져 평소 하지 않던 우스갯소리도 여러 번 나왔다. 그렇게 한참 침을 튀며 이야기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귀여운 아가씨 얼굴이 굳어 졌다. 내가 무슨 실수를 한 걸까? 그렇게 의심하는 사이, 갑자기 내 뒤통수에서 번쩍하고 번개가 쳤다. 너무 놀라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레이저 광선을 뿜고 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조금 전 헤어진 그녀였다. 재밌는 것은 그녀가 지금 내 머리를 내리친 물건이 내가 얼마 전 그녀에게 사준 명품가방이었다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가벼운 가방을 사줄 것 그랬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개자식!”


그렇게 불을 뿜는 용처럼 한 마디를 내 뿜더니, 그녀는 내가 사준 명품가방을 다시 어깨에 메고 유유히 사라졌다. 문득, 그녀의 뒷모습이 꽤 섹시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 무렵, 나는 왼쪽 뺨이 차가워진 것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 상황을 보니, 귀여운 아가씨가 물 컵에 있던 물을 내게 뿌린 것이다. 순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분명 뜨거운 커피를 부을 수도 있었는데 그녀는 물 컵을 선택한 것이다. 역시 그녀는 예쁘고 착한 아가씨였다. 하지만, 오늘 새로 만난 그 귀여운 아가씨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헤어진 그녀와 똑같이 나를 떠나버렸다. 물론, 그녀의 작은 어깨에도 누군가 사줬을지 모르는 명품가방이 걸려 있었다. 안녕! 나의 또 다른 천사! 아쉬운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


                                                                                 - 끝 -


>>빅뱅의 "BAD BOY" 노래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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