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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경아 Nov 27. 2015

[노래 소설] 윤상의 "이별의 그늘"

그래서 떠났지. 나 살겠다고.



“근데, 뭐하나 좀 물어보자.”

“뭘?”

“너 왜 준이랑 헤어졌던 거야?”

“남녀가 연애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뭘.”

“난 솔직히 너 준이랑 못 헤어질 줄 알았거든.”

“그랬어? 왜?”

“야, 너 기억 않나? 만날 준이한테 상처받고, 헤어졌다면서 울고 불고 하던 거. 그리고 나선 또 며칠 있으면 다시 준이랑 헤헤거리며 다녔잖아!”

 “하하, 내가 그랬어?”

 “열 번도 더 그랬어. 그래서 내가 진짜 다시는 너네 헤어졌다는 말 믿지 않기로 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진짜 헤어져서 좀 놀랐었거든.”

 “그랬었구나. 내가.”

 “남의 일처럼 얘기하시네. 동영상 좀 찍어 놓을 걸 그랬나 보다.”

 “그러게. 내가 그땐 왜 그랬을까?”

 “술이나 마셔! 할 말 없으면.”



 “그땐, 아마 내가 준이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고 믿었나 봐.”

 “온전히 사랑한다는 게 뭔데?”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짓을 해도 다  참고, 모든 걸 다 받아 줄 수 있는 게 사랑이라 생각했던 거 같아.”

 “네가 무슨 성인군자냐? 그건 사랑이 아니라 희생이지.”

 “그러게, 내가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근데 그땐 바보같이 그걸 몰랐어.”

 “그래, 그래서 사람은 사랑을 해봐야 자기가 얼마나 못난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된다잖아.”

 “그때 나는 준이가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상관없었어. 내 사랑으로 그것쯤은 모두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언젠가 준이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었나 봐.”

 “하하, 진짜 너 미쳤었구나?”

 “응, 미쳤었지. 그만큼 준이에 대한 내 사랑을 믿었으니까.”

 “그니까, 그랬었는데 왜 헤어졌냐고?”

 “알고 보니 내가 준이보다 날 더 사랑하더라고. 그대로 그렇게 준이를 사랑하다간 내가 먼저 죽겠더라고. 그래서 떠났지. 나 살겠다고.”

 “잘했어. 근데 그러고 나서 좀  살만해졌어?”

 “응. 사실 죽을 것 같았는데, 살다 보니 또 살아지더라고.”

 “그래, 살다 보면 또 살아지지.”

 “근데 그걸 깨닫고 나니까, 부작용이 있더라?”

 “그게 뭔데?”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게 좀 우스워졌어. 그래서 다시 남자라는 인간을 사랑하는 게  힘들어지더라고.”

 “그래서 지금까지 혼자다?”

 “그런 셈이지.” 

 “결론이 좀 비극적인데?”

 “그지? 현실은 좀 그래. 로맨틱 영화나 드라마에선 그때마다 구세주 같은 남자가 짠하고 나타나던데 말이야.”

 “맞아. 현실은 원래 비극적인 거야.”

 “근데, 넌 왜 갑자기 이런 얘기 꺼내는데?”

 “그러게 왜 그럴까?”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늦었네. 너 신랑 기다리겠다.”

 “아냐, 아마 안 기다릴 거야.”

 “왜? 둘이 또 싸웠어?”

 “아니, 우리...... 헤어졌거든.”

 “아, 그랬어?”

 “응, 그랬어.”



                                                                                 끝.



>> 윤상의 "이별의 그늘" 노래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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