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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경아 Jul 27. 2015

[노래소설] 이기찬의 "또 한번 사랑은 가고"

그녀가 내 손을 놓아 버리던 그날...

>>또 한번 사랑은 가고 노래듣기


고흐의 '연인'

첫 번째 그녀는 이별인지도 모른 채 떠났다. 두 번째 그녀 또한 이별이 아닌 듯 웃으면서 떠났다. 그렇게 두 번의 이별을 겪고 나서야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혼자 남겨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이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세 번째 이별을 준비하 있다. 그 어떤 사랑이든 결국 이별로 끝나는 거라 사람들은  위로했지만, 나는 지금의 이별이 너무나 애달프고 서러웠다. 그녀와 울고 웃었던 그 모든 순간들이 이제 지나간 꿈결처럼 느껴진다. 너무 고마웠고, 너무 미안했던 수 많은 시간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와 내 눈가에 흐른다. 그렇게 또 한번 사랑은 나를 떠나가고 있었다.


처음 그녀를 만나던 날.

쓸데없이 바쁜 나 때문에 그녀는 나를 한 시간이나 기다렸었다. 그날 나는 미안하고 조급한 마음에 숨을 헐떡거리며 그녀의 얼굴을 처음 보았다. 그녀는 방금 울다 만 것처럼 퉁퉁 부은 눈을 하고 있었는데, 나를 보자 뭐가 좋은지 또 말갛게 웃어 줬다.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나를 쳐다 보는 그 눈빛이 너무 예뻐서 나도 바보처럼 말갛게 웃어버렸다.


그녀 때문에 웃었던 수많은 날들.

하루 종일 나만 졸졸 따라다니던 그녀를 나는 왜 그렇게  귀찮아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한번 안아주면 되는 것을. 그냥 한번 장난치며 웃어주면 되는 것을. 나는 무슨 심통이 난 사람처럼 그녀가 귀찮다고 도망만 다녔었다. 때론, 일에 치이고 피곤해 그녀가 내게 다가와도 모른 척 뒤돌아 잠든 척 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언제나 나만 보면 방긋방긋 잘도 웃어 주었다. 그렇게 서운하게 했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같이 있어 주지도 못했는데, 그녀는 언제나 내가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려 세우곤 했었다.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일방적으로 내 화에 못 이겨 그녀를 처음 울렸던 날. 그녀는 정말 서럽게 울었다.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보고 내 가슴이 얼마나  찢어졌는지 그녀는 지금 알까? 그게 아니라고, 걱정이 되어 그런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알량한 자존심에 더욱더 험상 궂은 표정만 보이던 내가 미워 더 화를 냈었다는 걸 그녀는 지금 알까? 그랬던 내가 너무 미워서 그랬던 내가 너무 못나서 잘 가라는 말 한마디 못하는 나의 마음을 그녀는 지금 정말 알 수 있을까?


나와 평생 함께 살 거라 맹세하던 날.

거친 내 뺨에 부드러운 그녀의 볼을 비비며, 나 없인 어디에도 가지 않을 거라 말하던 그녀를 기억한다. 이렇게 평생 내 곁에 함께 살겠다던 그 다짐이 거짓말 인 줄 알면서도 마냥 좋아 웃었던 그 날들이 나는 또 지금 눈물 나게 그립다. 지금이라도 주저 앉아 왜 약속을 지키지 않냐며 어깃장을 놓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내가 아닌 다른 그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 손을 놓고, 그 사람의 손을 잡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사람 좋은 얼굴로 그녀의 행복을 빌어 준다. 그렇게 가슴이 죄여 오는 그녀와의 진짜 이별이 내 코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바래다 주는 길.

그녀의 손을 잡은 내 팔이 바보처럼 떨린다. 이제 저만큼만 가면 영영 놓아 버릴 손이라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어느새 저만치 그녀를 데려갈 한 남자가 보인다. 음악에 맞추어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이렇게 빠른 줄은 정말 몰랐다. 그 남자에게 다가 갈수록 내 걸음은 천근 만근인데, 그녀의 걸음은 사뿐 사뿐하다. 그 남자에게 다가 갈수록 나는 울고, 그녀는 웃는다. 꼭 잡았던 그녀의 손을 그 남자에게 내어 주는 순간, 나의 내 일부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한 걸음 떨어져 그 남자의 손을 잡고 있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원래 예쁜 그녀였지만, 그 남자 옆에 서서 웃고 있는 그녀는 정말로 예뻤다. 이제 그녀는 내게 한번도 보여 주지 않았던 예쁜 미소를 지으며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그녀는 내게 했던 약속을 모두 잊은 채, 그 남자와 저만치 멀어지고 또 멀어졌다.


‘잘 가라, 우리 딸……사랑스러운 우리 막내 딸!‘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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