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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서 May 17. 2020

그저_글

색을 입히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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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잘 그리고 싶어  한 번씩 영상을 찾아서 본다.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는 과정을 보면 참 신기하다.


모든 색은 단 한 번의 터치로 되지 않는다.

 오잉? 이 색을 칠해야 하는데 왜 이색을 먼저 칠하지?


‘미알못’(미술을 알지 못하는 자)인 나는 오잉? 을 속으로 계속 외친다.

나의 생각에 생뚱맞은 색을 여러 번 마르고 칠하기를 반복하면 정말 신기하게

작가가 원하는 색을 입히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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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잘 다루는 사람들을 보면 어두운 색을 쓰는데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

나는 채색을 잘 몰라서 두려운지 검은색을 쓸 때는 무섭다.

그러다 보면 좀 얕아 보이는 분위기를 내는 그림이 된다.

밝게만 칠하면 실수는 덜 보이나 완성했다고 생각한 뒤에 전체를 보면

칠하다 만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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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물감을 아껴 쓰지 않았다면

훨씬 더 그림을 잘 그렸을 거라고 한다.

가난했던 그는 물감을 아껴야만 했으니 색을 입히는 일에 신중을 가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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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을 하는 과정을 바라보며 우리의 삶이랑 닮았다고 느껴졌다.

하얀 빈 종이에 각자의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덧입히는 과정.

모든 색은 한 번에 칠해지지 않고

어두운 색을 잘 써야 그림에 무게와 깊이가 생긴다.


_

당장 다음 1분을 예측할 수가 없다.

삶이라 살아가는 자체가

이 시간을 보내는 자체가 예측할 수 없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어떤 날은 맑고 투명한데 어떤 날은 진한 기쁨과 슬픔이

어떤 날은 지워버리고 싶은 날이 오기도 한다.



근데 정말 신기한 일은 나와는 상관없다고 여기는 많은 일들이

겹치고 겹쳐서 보면 생각보다 꽤 괜찮은 모양 색으로 느껴진다.

누군가가 그려놓은 밑그림을 색이란 하루로 채워놓는 작업이 삶이라면

훗날 꽤 멋진 그림으로 완성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_

예전에 이런 말을 들었다.

우리 각자는 한 조각의 퍼즐이라는 말


사람들마다 딱 한 조각의 역할을 충실하게 살아가면

완성되는 그림.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모양으로 각자의 색을 입히며 살아가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퍼즐 전체를 볼 수도 될 수도 없지만

내 분량만큼은 꽤 멋진 퍼즐 조각으로 자리하고 싶다,




오늘은 그저 푸른 빛의 하늘과 노란 장미를 그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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