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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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유난히도 추웠다. 코끝이 찡할 정도로 겨울의 한참을 달리는 날이라 몇 겹을 껴입고도 부족하다 여겨졌지만 얼굴에는 뭔가 모를 자신감과 앞으로는 그토록 바라던 일들이 펼쳐질 거란 무턱대고 설렌 날이었다.
아이는 늘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기하고 춤추는 모습을 상상하고 흉내를 냈다. tv에 나오는 광고 영상을 동생들과 친구들과 따라 하며 침대 위아래를 날아다녔고 모든 드라마의 대사들을 따라 읊으며 몇 번이고 돌려봤다. 아이는 신기했다. 어째서 나의 일이 아닌 것들을 이렇게 열심히 보게 되고 주인공을 따라 울고 웃고 화가 나는 아이 스스로가 신기했다. 사람은 사람의 이야기로 무언가가 전달되는구나! 배우가 되어야겠어! 아이의 장래희망란에는 늘 '배우'가 적혀 있었다. 딴따라라며 어느 누구도 응원해주지 않았고 기대도 해주지 않았지만 무언가가 전달된다는 기쁨을 아는 딴따라라면 그 딴따라가 되리라. 추운 겨울날 오디션에서 이미 '빛나는 십 대'가 되었다는 듯이 기뻤다. 기회라는 게 주어진 게 기뻤다. 훗날 그날 그 오디션을 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 적은 있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후였다. 꿈의 시작이라고 느꼈던 세상의 따뜻함이 사랑이 온몸을 감싸고 희망이란 걸 붙잡은 그날이 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를 아이는 아주 나중에야 생각했다. 1박 2일로 진행된 오디션에는 아이와 같은 꿈을 가진 아이들이 모였다. 무대라는 공간에서 연기를 하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버스에 몸을 싣고 저마다의 어색한 인사와 순수해 말간 빛을 내고 함께 걸어갔다.
'세상에는 꿈을 꾸는 자도 있고 그 꿈을 돕는 자들도 있구나!'
모든 불이 꺼진 채 가운데 의자 하나 고요히 두었다. 여러 고백들이 흘렀고 아이는 처음 사람들 앞에서 아이의 이야기를 꺼내며 흐르는 눈물이 이상했다. '왜 울지?' 우는 법을 잊은 아이는 눈물과 숨을 동시에 실행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선생님은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큰 마음으로 꼭 안아주었지만 아이는 이상하게도 눈물이 멈춰지지 않았다. 무대는 이토록 영혼을 투영하는 곳이라 아이는 첫날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