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_ 화려한 데뷔

어쩌면 소설

by 이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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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극장들 뒤, 작고 고요해 하늘의 별이 반겨주는 극장이 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가로수가 펼쳐진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고 대형 공연들이 펼쳐지는 곳 사이에서 꿈꾸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올렸다. 현재 느끼는 감정들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가끔은 오해받는 아이는 그럼에도 해낼 수 있다는 어떤 마음이 샘솟아 무대에 오른다. 인간은 저절로 깨달아지는 것들이 없는 배움의 동물이라 눈앞에 닥쳐야만 벽이 있음을 아는 아둔한 동물이라_ 아이는 무대에 오르고 나서야 밝은 조명 아래 벗겨지지 않는 가면이 만져졌다. 발 밑에서부터 어두워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차올라 가슴까지 찼을 땐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그 무언가와 아이는 하나가 되려고만 했다. 도대체 무엇을 애써야 하나.


아이는 아이로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었는데 화가 났다.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니! 아닌데 나는 진짜인데 정말로 나는 진짜인데 왜 다 거짓말이라고 하는 거야! 그 속에선 다정한 시선을 찾을 수 없이 비수들이 말로 뿜어져 누구도 '괜찮다'말해주지 않았다.


'우린 완벽하지 않아.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거지.'

대사를 뱉는 아이는 이해되지 않았다. 아이의 아빠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그 공연에서 그 대사가 제일 마음에 와닿았다며 말했지만 아이는 아빠의 진심도 보이지 않았다. 무대 뒤편에서 이 극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 이토록 화려한 데뷔를 쭈그리고 앉아 그렇게 보냈다.


오디션 당일 아이는 그 역할이 꼭 아이의 모습이라 생각했다. 아이가 원하는 모습의 역할은 이름처럼 밝고 빛나는 역이었고 배역에 붙었을 당시에도 의심하지 않았다. 아이는 대본을 늘 붙잡고 많은 대사와 노래를 연습했고 무대에 서는 일을 어린 날부터 당연하다고 느꼈기에 첫 공연을 앞두고도 늘 서오던 무대처럼 느껴졌다. 아이는 정말 잘할 수 있다고 믿었고 오히려 쉬이 느껴졌다. 가득 찬 객석에서 조용한 숨죽임만 느껴지고 아이가 대사를 뱉는 중에는 무대가 정말 아이의 것 마냥 다른 세계를 느꼈다. 그런데도 왜 얼굴이 붉어졌을까. 아이는 대사를 뱉을 때마다 그 무대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아이가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느꼈던 목적을 그 첫 무대에서 잃어버렸다. 모든 것이 잘 흘러가고 있는데 왜 아이는 자꾸 부끄러웠을까. 아이는 겁이 났다. 대사도 가사도 모든 동선도 틀리지 않았지만 아이의 몸에서 그 역할이 '거짓말쟁이'라고 소리 내어 밀치는 듯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무대 뒤에서 달아오르는 얼굴을 잠재울 시간은 없었다. 공연은 계속 흘러갔고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아이는 처음 느껴보는 기분에 그날 밤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몰랐다. 다음 날 무대에 서야 하는 시간은 다가오는데 자꾸 눈물이 나서 아이는 건물 뒤 또 쪼그려 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아이가 원하는 꿈은 달랐다. 무대에서 정말 전하고 싶은 진실된 무언가는 그런 연기가 아니었다. 아이의 마음과 생각과 마음과 달리 매일의 무대는 이어졌고 아이는 무대에서 숨 쉬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아이가 처음 겪는 사회는 아이의 감정과 마음과 상관없이 해내야 하는 일들로 가득했고 숨참은 무대는 계속 이어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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