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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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내뱉는 말에 삶이 들키는 순간이 있다.
속이려는 건 아닌데 굳이 말하지 않았던 그런 부분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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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면서 스쳐 지나간 부분들을 스스로 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흔적이라는 게 남는듯하다. 아마
그런 잔상들이 나의 언어와 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나라는 사람의 에너지를 형성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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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고 싶다고 없던 일이 되길 바라며 지우고 지워도
이미 내가 된 과거의 그림자는 떨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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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잔상들을 마주할 때 흠칫하며 놀라기도 하지만
나라는 사람을 알아차려준 사람에게 고맙더라.
나도 나를 잊으려 하는데 그들은 어찌 그런 나조차도
알아주고 안아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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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계를 더 깊게 해주는 순간이 있다면
서로의 잔상을 봐주는 그 순간들의 빈도가 아닐까.
웃고 있는 순간의 내 모습이 아니라
불분명한 나의 잔상을 봐주는 사람.
그런 글을 적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