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어쩌면 폭력이 될 수 있는 말
가급적 "기 빨린다"는 말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사람 많은 곳에 가면 기 빨린다, 누군가를 너무 오래 만나면 기가 빨려서 집에서 쉬어줘야 한다."
물론 제가 저 기분 모르는 건 아닙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에너지를 얻고, 혼자 있을 때 방전되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쓰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면서 에너지를 서서히 충전한다 하죠?
사람들은 으레 저를 외향적 기질이 다분하다고 여기지만,
인싸 중에 인싸, 에너자이저 같은 소리를 많이 듣지만.
저 기준에 따르면. . .저는 외향인인지 내향인인지 불분명합니다.
어떨 때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때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기가 빨리는 기분도 다 느끼기에. 저도 제가 어떤 성향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때그때 달라요.
어쨌든 제가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간혹 기 빨린다, 빨리 집에가서 쉬고 싶다는 기분을 가끔 느낄 때.
이 기분을 굳이 말로 글로 표현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그저 내 주변에 존재했을 뿐인, 내게 피해를 줄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 '잠재적으로 내 에너지를 빨아가는 뱀파이어'라는 라벨을 붙이는 폭력적인 행위라는 생각이 들어서. . .
잘못한 것도 없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상처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 느낌을 굳이 표현하고 전시하지 않으려고 해요.
물론 저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어디 나가 있으면 주변에 누가 존재하며 말하고 행동하는 게 괜히 번거롭게 느껴지지만.
제가 뭐라고, 제가 무슨 우주의 중심도 아니고.
"그저 저와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내 기가 빨려서 견디기 힘들다."는 선언을 할 생각이 없네요.
각자 자신의 일상을 영위하며 제 갈길 가는 사람들인데.
그런 분들에게 '알게 모르게 내 기 가져간다'라고 표현하지 않을래요.
앞으로 저는 이렇게 할래요.
제가 명백하게 사람에게 '기 빨린다'라는 표현을 쓸때는.
-그 상대방이 명확하게 저를 해칠 의도가 있었거나,
-혹은 3번 이상 객관적으로 봐도 불쾌를 유발하는 언행을 반복한 것도 모자라 제가 중지를 요청해도 그 언행을 개선할 의도가 없을 때나
- 배려와 예의가 없을 때
그 때입니다.
단지 제가 지쳐있는 상태에 제 곁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상태의 사람들에게 기 빨린다는 표현을 하지 않아요.
그건 폭력이라 느껴져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