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가 만연한 요즘의 지구, 시월 중순의 한반도에
이토록 차가운 가을이라니 이 또한 귀합니다.
세월이 선연히 흐르는 길목에서 나는 이 밤을, 다 셀듯 합니다.
사랑이, 계절이 오가는 것처럼 봄이 가는 것처럼.
꽃잎 가득한 숲길을 남긴 채 떠나는 인연은 드물지만,
그대와 그런 결말을 꿈꿔 보기도 했습니다.
이젠 그럴 수 있었던 시절의 기억 만으로,
가시가 돋친 그대의 말을 건너 가보려 합니다.
시인이 별을 쉬이 다 세지 못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희망이 가득 해서겠지만,
눈물이 땅을 적셨다 떠올라 가득 메운 안개는
물 맺힌 눈을 더욱 가리워 달조차 보이질 않습니다.
나는 차라리 눈을 감고, 흐리게 번져버린 달빛을 덮어 쓰고
걸으려 합니다.
이 가을,
어디로 갈지 모르고 떨어진 낙엽처럼,
한 편으론 또 홀가분 하게
기대와 걱정을 뭉쳐 허공에 흩뿌립니다.
안녕.
우리 또 같이 걸어요.
가볍게 배회하는 인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