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녹슬다

by 지음

날씨만큼 쓸쓸해지는 색을 입은 거리,

플라타너스는 이제 밟히는 것이 공중에 있는 것보다 많다.


한 시간을 빛 바랜 것들을 밟고 와서 일까

유독 낡아 가는 것들이 눈에 밟힌다.


집으로 향하는 마지막 골목길,

성분을 알기 어려울 만큼 오래된 지붕의 금속들이

연녹색으로 질려 있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고, 멈춰서 바라본다.

시간을 흘리다 보니 툭 입에서 나온 소리.


녹이 참 예쁘게도 슬었네,

그리곤 한숨.


나도 저렇게 낡아가고 싶었다.

너의 손을 잡고.


닮진 않았어도, 비슷한 상처를 남겨 가며

오랜 시간 뒤에라도, 스스로의 옹이 자욱을 만져보며

평생을 그리워 하다 스러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ChatGPT Image 2025년 11월 9일 오전 10_57_49.png


월, 목, 일 연재
이전 13화가을 之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