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 가는 곳.

by 지음

아침에 둥지를 떠난 새는, 날을 보내고 나면 집으로 돌아간다. 대양을 맘껏 누린 연어는 때가 되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 다만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바로 가지 못해 돌아서 간다.


한 번, 두 번 굴곡이 생겨날 때는 누구나 그렇지 않느냐고 생각했다. 돌부리 하나 없는 삶은 없으니까. 뭐 특별할 것도 없어. 기적 같은 인생은 바란적도 없으니까. 그런 내 앞에 오히려 기적은 너무 쉽게 나타났다. 남들은 잘만 지나다니는 길 모퉁이마다 벽이 생겨나는 기적. 있던 길도 끊겨서 돌아 나가야 하는 마법. 몇 번을 돌고, 돌고, 다시 돌고 나니 왔던 곳은 커녕, 가야하는 곳이 어딘지도 잊혀 버렸을 때 쯤, 조용히 묻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없던 벽에도 9와 4분의 3 승강장을 뚫어 주시고선, 이게 뭐냐고. 얼만큼 뒤집어 놓아야 속이 좋겠느냐고.


아침 일을 향해 떠났다 돌아온 집.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면 여기는 어디일까. 낯설고, 낮은 전등불. LED 몇 개가 나가 비대칭으로 빛나는데. 한 두 개가 나가면 과전류가 흘러 곧 한 번에 꺼져 버린다는 불안함. 눈부셔도 억지로 바라보며 그 끝이 오늘일지, 내일일지 세다 보면. 여기는 내가 돌아올 곳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가야 할 곳은 더욱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러니 모르겠다. 참새가 자기 덤불에 안겨드는 모습마저 부러운 내가, 한 세상을 떠돌고 스스로의 끝을 향해, 대를 잇는 사명을 위해 돌아가는 숭고함을 이해 할 리가 없고. 오늘의 노동끝에 남은 자투리의 시간과 돈으로는 연명도, 나아감도 걸리적거려. 망가진 관절의 목각인형 같은 움직임을 한다. 그나마도 실에 의지해서. 나도 오른쪽 어깨와 왼쪽 무릎이 삐거덕 거리니 그 모습은 실제로 걷는 모습과 그리 다르지도 않은. 그렇다고 스스로를 위해 울기엔 너무 쪽팔린데. 아니 봐줄 이조차 없으니 그보단 비참함에 가까울텐데. 뭐... 어쩌라고, 그냥 미친척 울어 보기라도 했다면 기적을 기적같이 멈춰주기라도 했을까. 퉤.


굳이 말하자면 돌아서 나아가는 길. 이 빙글빙글한 전진이 나의 고향. 내가 돌아가야 하는 돌아가는 길. 딱히, 온전한 벽 없이도 미로를 헤메이는. 절망 만이 익숙한 나의 돌아갈 곳. 마음 편한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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