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니니를 자르며.
나는 원형을 유지하지 못한 채, 너저분하게 잘리는 것을 싫어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글이나 여타 작업을 할 때도 그랬어.
조화가 파괴되는 순간을 견딜 수 없어하는구나.
그래서 통째로 맛보길 좋아했나 보다, 거의 모든 씹을 것을.
그게 가능한 입 크기여서 다행이야.
하지만 모든 일들이, 지식과 체계가 통으로 먹히지 않는 크기일 때가 있는 법.
나는 그런 순간들에, 세모를 씹은 듯 좌절해 왔다.
지금도, 삼천자짜리 글 앞에 끼어 있다.
통째로 조율하려 안간힘을 쓰며.
3000자 수필이라면, 가능할 것도. 아닌 것도 같은데...
뭐, 일단은 그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