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까지 공을 차다 고개를 들면, 넓은 운동장 너머로 한라산이 바라다 보인다. 넓은 공간이 열려야 하늘 조각이 보이는 서울과 달리, 제주에선 공간이 열리면 하늘과 함께 한라산이 내려다 본다. 늘 무언가에 안긴듯한 기분. 주황으로 물든 쓸쓸함을 곁에 둔 채, 포근한 땅 위를 걸어 집으로 가는 시간. 사라져 가는 것이 안겨있는 것과 다르지 않아, 새로 떠오를 조짐 없이도 그저 맑고. 나는 노을과 일출을 구분 할 필요 없이 주황으로 물들 수 있었다. 가을이 아니어도 영그는 귤이 가득한 낙원이 나의 주황에 대한 사랑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