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anks to Mahatma Gandhi
나의 실험을 지켜본 몇몇 분의 권고에 따라 나는 기록을 남기기로 했는데, 쓰기 시작하여 첫 장을 넘기자마자 학기가 시작되어 일은 중단되어 버렸다. 그 후 연달아서 다른 글을 쓰게 되었고, 나는 결국 다음 방학도 그냥 지나치게 되었다. 나와 또다시 새 학기를 맞이하게 된 A 선생님은 나더러 만사를 제쳐놓고 이 글을 써야 한다고 권하였다. 나는 이미 내 공부를 위하여 쓸 글 순서를 짜놓았었기 때문에 그 과정을 다 마칠 때까지는 다른 일을 생각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무슨 소리냐고. 네가 하는 일들 중 가장 너 다운 일은 이것인데 어찌 기록을 남기지 않느냐고 타박하는 것이었다. 그에 기록을 남긴다.
산업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파동으로 인해 우리는, 라면이나 과자를 먹을 때 그 실체성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곤 한다. 있지도 않았던 우지 파동이 라면 업계의 판도를 바꾼 일이나, 실제로 나왔던 쥐 머리가 잊혀 아무 저항 없이 새우깡을 먹는 일들을 생각하며 나는 대중의 습관이란 믿을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온 지 오래였다. 그럼 자기 자신의 습관에 대해서도 그와 비슷한 정도의 비판을 가하는 것이 당연한 처사이나, 알러지의 심각함을 인지한 뒤에도 난 새우깡을 먹고 싶다는 열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먹자니 겁이 나고, 잊자니 우유에 말아서 라면에 넣어서 마요네즈에 찍어서 온갖 유행하던 방법을 따라 먹던 기억들이 슬퍼진다. 습관처럼 오래 고민하며 머물던 책상 앞에서 꽂혀있던 석사 논문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렇구나. 과학에 몸을 의탁 해온지 십 년이 넘었건만. 정작 실험과 분석이 필요한 순간에는 본업을 잊고 있었다니. 가벼운 사전 테스트와 함께 본격적인 용량에 따른 증상을 실험해 두면, 막연한 두려움이나 못 먹어 더 기세가 높은 식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인 섭취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당장 1층의 GS로 달려가 새우깡을 사 왔다.
봉지를 뜯자마자 경건하게 세 개를 빼어 입에 물었다. 오해는 금물이다. 먹부림을 부린 것이 전혀 아니다. 생체 실험을 하는 것이니, 소량 섭취를 통한 초기 반응을 확인해 두어야만 한다. 바삭하게 부서지는 과자의 파열음. 올라오는 고소한 새우 향과 소금 맛. 훌륭하다. 아쉽지만, 일반적으로 초기 반응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30분을 기다리기로 한다. 지겹지도 않아 열린 봉지의 입구를 바라다보며 음악 감상을 하며 집요한 기다림을 시작한다. 배에서는 큰 반응이 없다.
실험은 세 차례에 걸쳐 복용량을 늘려가며 테스트 하기로 했다. 1/3 봉지를 먹고 난 이후엔 다시 30분의 텀을 가지며 배의 반응을 살핀 뒤에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섯 차례나 열 차례로 나누어 먹을까도 해봤지만, 그랬다간 화만 잔뜩 날 것 같았다. 중간의 타 음식 섭취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도 3번이 적당했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첫 시식을 시작. 극락 같다. 노래방 새우깡도 정신 놓으면 반 봉지를 흡입하는 인간에게 삼분의 일 봉지 30g은 너무 감질나는 투입이다. 중간의 공백시간이 만드는 공허감을 참기 힘들어, 게임을 하기로 한다. 집중이 되지 않고 자꾸 봉지로 눈이 가는 부작용이 생겨났다. 한두 개 집어 먹은 것은 용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라 오차로 처리하기로 한다.
또 삼십 분이 지났으나 큰 이상의 징후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두 번으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한 절차를 통합하기로 했다. 절대 참기 힘들어서가 아니다. 30g에 아무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60g 정도를 단번에 투입하는 것으로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에 나누는 것 보다 단기 투입 최대 용량의 확인이 섭취 생활에 더 시급한 정보이기도 했다. 단 번에 투여. 아~ 타고드는 새우의 맛. 이 얼마만의 새우 향인가. 공백의 2년 동안 새우에 대한 역치가 더 떨어진 탓인지 새우향이 겨우 나는 새우깡에서 녹진한 맛이 느껴진다는 착각마저 든다. 좋다. 새우에 대한 포만감이 부족해, 90g을 한 번에 투입하는 추가 실험을 계획하고 있던 30분. 기다림의 마지막 즈음이 되자 아랫배에서 미약한 신호가 울려왔다. 모르고 새우를 소량 집어 먹었을 때 나타나는 약한 설사의 신호. 오호! 통재라... 실험은 여기까지 인 것인가. 새우깡... 너를... 한 봉지 더 먹을 수 없단 말이더냐...
알러지의 통증은 정말 극한 고통이 밀려오는 것이어서, 신호가 오자 저절로 식욕이 달아났다. 이 실험을 통해, 새우깡 30g의 복용은 큰 영향이 없고 연속 60g 섭취 혹은 총량 90g의 섭취는 미약한 설사를 동반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새우깡의 90g 무게 중 새우 함량은 8.5%, 약 7.6g의 새우가 포함되어 있다고 회사는 성분 표기를 해 두었는데, 이는 중국집 볶음밥에 들어가는 칵테일 새우 약 3개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라 할 수 있다. 모르고 입에 넣어버린 새우를 한 개쯤 씹어 먹어도 큰 탈이 나지 않았던 볶음밥 데이터와 비교해 보았을 때, 새우깡 실험은 몹시 타당한 결과를 보였다 할 수 있다. 인심이 후하진 않아 새우 3개 정도 올려주는 우리 동네 XX각의 새우볶음밥의 새우를 다 먹어도 미약한 설사 정도만 일어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향후 추가 실험으로 90g 연속 섭취와 30g * 3 섭취를 진행하여 총량의 문제인지, 단기 섭취량의 문제 인지를 좀 더 명확히 고찰 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나의 이 연구를 전해 들은 의사인 친구 B는 말했다. "오빠. 아나필락시스가 그렇게 가벼운 게 아니야. 그러다 쥐도 새도 모르게 갈 수도 있으니까 조심 좀 해". 물론 그런다고 멈춰질 탐구심도, 먹성도 아니지만. 왜 인지 본업처럼 실험 수행의 일환으로 새우깡을 먹고 나니 두 번 다시는 먹고 싶지 않아졌다. 이후로 5년간 새우깡을 주제로 한 추가 실험을 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