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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높히 Aug 13. 2021

꽃을 팔아서 연매출 6억? 너도 해봐,



"그 업체 작년에 꽃팔아서 연 매출 6억을 했다고 하네?

너도 해봐, 그거. 괜찮은 사업인것 같아"


사실 갑자기 꽃집을 해보라던 남편의 허락은 매일 같이 꽃집을 하면 안 되냐 물었던 나의 등살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날도 회사 내 흡연장에서 회사 동료들과의 소소한 시간을 가지다 아내가 매일 같이 잠들기전 꽃집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이제는 그말이 버릇처럼 되어버린 것 같다고 시작한 얘기였다.

역시나 그는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는 일을 하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화두를 시작했다.


공대생 출신인 나의 남편의 동료가 꽃 서브스크립션 사업을  건너서 아는 지인이 하고 있는데 연매출 작년 기준 6억을 넘었다는 얘기였다.  혹한 남편은 '꽃이 돈이 되네? 그렇게나 많이 산다고?' 바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를 그만두어도 좋다 얘기한 것이었다.


사실 꽃구독 사업을 내가 하기엔 무리수가 있었고 말이 안되는 규모라고 생각했지만 이때다 싶어서 '어! 그거 내가할게, 나 잘할 수 있을거 같아'라는 거짓말을 하고 전화통화를 마쳤다.

마침 회사에 갈증을 느끼던 나는 그 단비같은 소식에 망설임 같은 건 없었다. 그룹장님에게 바로 회사를 그만두겠다 말씀드렸다.


내가 정한 퇴사일자, 10월 31일.


조금 어이가 없었던 것은 남들은 3번이상 하는 퇴사면담을 나는 내가 퇴사하고 싶다는 일자에 얼마 거리를 두지 않고 퇴사면담을 잡는 것 이였다.

회사에서 나름 나의 역할이 있었고 주어진 일의 목표는 확실하게 해내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아무리 회사일이 잘못된것에 쓴소리를 많이 던지던 나지만 너무 팽 당하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정리해고를 하려고 했는데 때 마침 내가 퇴사를 하고싶다고 해 알겠다고 한 것 같은 타이밍 같은 느낌이랄가..





시간이 지나 퇴사면담 일자가 되었다. 그룹장님은 나에게 한가지 질문만 하셨다.

"너 어디로 이직할건데?"

그 질문엔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해 있었다. 그 의미를 모를리 없는 나, 하지만 나는 동종업계로 이직 할것이 아니였기에 이직이 아니라 퇴사후 나의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럴 것 같았어. 사실 퇴사면담은 형식적인 거고, 너가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고 하면 어떻게서든 말리고 붙잡으려고 했는데 너는 그런게 아닌 것 같았거든.

안나 , 너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할게,

넌 뭘 해도 잘해낼것 같다"


한방 맞은것 같은 퇴사 면담이였다. 그리고 이상한 감정이 울렁거려 눈물이 왈칵 나올 뻔했다.

뭔가 세상의 중심이 지금 나를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감싸안았다. 뭘해도 잘될 것 같은 기분이였다. 반대로 회사에서 나를 잡지 않는구나 라는 아쉬움도 들었다.



시간이 지나 퇴사일자가 점점 다가왔고 내가 샀던 주식들은 연이은 빨간색 장대봉을 보여줬다. 뭔가 완벽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퇴사일 날, 마지막 짐을 챙기고 올라탄 마지막 버스 안에서 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연결되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오늘 퇴사했어!!!!"



왜냐하면 부모님들에게 나의 퇴사는 비밀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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