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물건너 가는 것인가.
퇴사를 결정하고 빨간불로 온통 휘황 찬란했던 나의 주식계좌를 보며 매일 행복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퇴사를 했고 자영업을 준비하는 그 하루하루가 좋아하는 일만으로 채워진 완벽한 그런 하루였다.
그런데 그 꿈은 얼마 가지 않았다.
북한에서 연달아 미사일을 쏘기 시작했고 그 불안감에 증시는 폭삭 내려앉았다.
걷잡을 수 없이 파란 숫자가 눈덩이처럼 커지지 시작했고 잔고에 마이너스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때 주린이는 처음 알았다.
북한이 도발을 하고 미사일을 쏠 거라고 협박하고 실제로 그 미사일이 허공에 쏘아져 바다에 내리꽂으면 주식시장도 바닷물처럼 파랗게 변한 다는 것을..
나는 어떻게든 남편에게 한 달에 백만 원씩 벌어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기 시작했다.
그때 아무 생각 없이 투자에 뛰어들면 이렇게 된다는 주식투자 초보의 쓴맛을 보게 되었다.
퇴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나에게 일어났던 일이었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정말 한강 가겠구나.....
그래도 가마니처럼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뭐라도 남편에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됐었다.
남편은 주식으로 비용을 마련하려고 했다는 말에 믿는 구석이 그거였냐 는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퇴직금의 일부를 날린 것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묻지는 않았었다.
사실 기존에 내고 있었던 수익금을 거의 다 날리고 퇴직금은 많이 마이너스된 상태는 아녔기에 난 다시 0의 기점으로 돌아갔다.
그냥, 이건 인생 경험이다! 생각하고 넘기자 하며 훌훌 털어냈다.
그리고 남편이 출근한 텅 빈 집안에 앉아 책상 위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의 리스트를 끄적여 보았다.
일단 TO DO LIST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HOPE LIST를 써내려 갔다.
그 당시에는 유튜브가 활성화되었던 시대도 아니었고 블로그에는 제대로 된 정보가 넘쳐나던 시대가 아니어서 일단 꽃집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자영업을 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수업을 듣는 것을 먼저 적었다.
대치동에서 꽃 수업을 듣던 곳이 있었고 그 선생님에게 먼저 창업반 관련 수업을 문의하는 게 내게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그리고 다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몇 군데를 선정해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글을 찾기도 어려웠고 그 수업을 판단할 수 있는 후기도 찾기 어려웠기에 선생님들이 안내해주는 정보가 고작이었다.
일단 그보다 기 존에 들였던 꽃을 배우던데 사용했던 수업료까지 합쳐진 꽃집창업반의 비용은 어마어마했다. 사실 다른 것들보다 재료비가 많이 드는 수업이다 보니 당연하기도 했지만 처음 뭔가 큰 비용을 덜컥 쓰기엔 정보가 부족했기에 대치동에서 꽃 수업을 듣던 선생님을 무작정 찾아갔다.
그리고 한 상담에서 본인이 기 존에 창업을 하기 전 어려움을 겪었던 내용을 디테일하게 말해주며 나를 설득했다.
다른 곳에 비해 비용이 40% 가까이 저렴한 편이어였기에 나를 기꺼이 그 사람에 말에 홀려 등록을 하고 말았다. 지나고 나니 비용이 싸면 무조건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는 것을 이때 깨닫게 해 주었다.
그렇게 등록을 하고 일주일 중 하루에 일과가 정해졌다.
그리고 다시 집에 와 투두 리스트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 생각 없이 끄적였던 투두 리스트가 나에게 아주 좋은 창업의 시드가 되었던 것 같다.
리스트에 목차는
- 내가 많은 돈을 드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창업
- 그 창업을 무자본으로 홍보할 수 있는 방법 모색
- 매일 해야 하는 나의 루틴의 일과 적기
가 가장 큰 틀이었다.
참고로 회사만 다녀본 나는 두 번째 목차에 모색 방법으로 블로그 글씨기가 있었다.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면 무조건 내가 1페이지 첫 번째 상단에 글이 뜰 거라고 생각한 순수하고 멍청한 예비 창업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