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2025년 9월 28일

by MONAD

먼저 여기저기 놓여있는 읽던 책들을 모두 모아 가방에 넣어야지.

도서관에 꼭 다녀올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다시 빌릴까?

도서관에서 나온 후엔 샛길로 빠져서 한참 돌아서 운전을 해야겠지.

그 중간쯤 어딘가에 있던 맛있는 말차라떼를 만들어주는 카페에 들러 커피주문을 하고,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을 이미 버렸으니 새 프라이팬을 사러 갈 참이다.

그러면서 언젠가 장만하고픈 더 큰 크기의 와플 만드는 가전제품을 또 구경할 것이다.

나의 계획은 이러하나,

이 계획을 이루게 하는 건...... 내가 아닐 수도 있다.


프라이팬도 못 살 수 있고,

가전제품도 어쩌면 내 눈에 안 보일 수도 있으며,

카페엔 못 들를 수도 있고,

도서관에 들러도 읽던 책을 그냥 다시 들고 올 수도 있다.

아니, 책이 든 가방을 차고 안에 그대로 두고 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

일요일 시작시간에 그냥 미리 세운 나의 계획이 이렇다.


겪어보니, 늘 계획 그대로 이루게 하는 일엔 운이 필요하더라.

하루도 온전히 나의 것이 안될 때,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는 상당히 철학적이 되곤 한다.



그러니까,

프라이팬 대신 나는 수건을 사들고 왔고,

도서관은 가는 길에 공사가 있어서 길을 돌아가려다가 내일 가야지 맘을 돌렸고,

피곤함에 나서며 이미 진한 커피를 내려 커피를 또 사러 카페를 들를 수가 없었으며,

와플 만드는 가전은 만났으나 아주 작은 거라 '저런' 하며 웃음이 나왔다.

저렇게 작은 것도 있었구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으니 다른 일들이 맘대로 흘러갔고 대신 나는 아주 예쁜 꽃들을 사와서 화병에 꽂았고 미처 못읽고 미리 반납하려던 책의 나머지 부분을 읽을 여유가 생겼으며, 감자랑 달걀은 프라이팬없이 그냥 삶아먹으니 또 별미였다. 안쓰던 스테인레스 스틸 후라이팬을 찾아보니 굳이 또 사랴 싶은 마음도 생겨난다.


삶은 변화가 있어서 역동적이다.


그 변화가 생각지못한 곳에서 처음엔 문제처럼 다가오더라도, 그때 같이 변화하며 좀더 다르게 진화하는게 사람의 인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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