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려나, 하늘이 잔뜩 흐리다.
사실은 오늘 지금은 커피가 아니라 편안한 베개가 필요하다.
베개를 베고 누울 수 없으니 커피를 마셔야 할 때, 더욱 베개가 그립다.
많은 일을 두고 하루 종일 자고 싶을 때,
그런 때 나는 좀 순한 인스턴트커피를 더 좋아한다.
몸은 이미 지쳐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진한 커피는 몸을 더 지치게 하는데,
지쳐있는 몸과 달리 정신은 마치 송골이 묘한 상태처럼 더욱 선명하게 예민해지게 된다.
그 괴리함이 아주 피곤하니까, 순하고 달달한 커피가 필요한 것이다.
피곤할 때,
몸이 물먹은 솜처럼 내려앉을 때는,
커피는 결국 옛날식으로 습관 들여진, 나의 커피다울 때가 제일 좋더라.
이상하게도 물 끓는 소리 내며 떨어지는 향 좋은 블랙커피보다도
맥심이나 테이스터스의 냉동동결건조커피를 ,
조각나서 입자가 된 커피가 내는 사그락 소리를 들으며,
스푼으로 딸각 소리 내면서 커피농도를 내 맘대로 조절해 뜨거운 물에 타 마실 때
한국식의 클래식한 그 기분이 좋더라.
눈이나 비가 올 때, 그럴 때는
커피 마시고 싶다면.. 그땐 이탈리아식 펄펄 끓여마시는 커피도 좋다.
티브이 NCIS시리즈의 은발의 깁스가 왜 뜨거운 커피만 마시는지 알 수 있다.
정말 이미 뜨거운 커피인데도 더 뜨거운 커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아니면......
유리창엔 서리같이 김이 서리고 곧 눈 올 거 같은 그런 날, 역시...
혼자 빈 방에서 커피메이커로 내리는,
블랙커피 향이 온 방에 서서히 가득 차는 걸 알아채면서
눈감을 듯 말 듯 창가에 서서 찬기운을 느끼며
그렇게 커피를 마시면
우연히 걸린 그 커피가 스타벅스 진한 커피라 해도
그 지독히 쓴 커피조차 끝맛은 다디달 때가 있다.
그러니까 가끔은 맛보다 분위기로 마시는 커피가 이상하게 끌린다.
나는 그렇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