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헬조선인 이유는?
중국에 살면서 한국의 각종 서비스의 질이 매우 높다는 것을 절감했다. 첫 겨울, 보일러가 고장나서 기술자를 불렀다. 중국어를 잘 못했던 나는 회사에서 소개해준 직원과 함께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점검하기 시작했다.
안방 보일러가 안 들어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부엌 싱크대 밑에 보면 방마다 밸브가 있지 않은가? 기술자 아저씨는 안방 밸브를 제외한 모든 밸브를 잠가보겠다고 했다. 근데 문제는 밸브에 표시를 해놓지 않아서 어느 밸브가 어느 방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보일러를 고치지 못했다. 나는 감기에 걸렸는데 애들 방에서 낑겨 자느라 제대로 잠도 못 잤다. 미세먼지는 세계 1등인 곳에서 보일러는 안 들어오는 상황 ㅜㅜ 참 힘든 겨울이었다.
한국의 병원은 친절하고 싸다. 중국의 병원은 겉은 뻔지르르하지만 위생상태가 별로이다.
그리고 약국에서 약을 사면 가격이 꽤 비쌌다. 항생제 등 많은 약을 약국에서 편하게 살 수 있지만 과연 가짜 약은 없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오래된 검증받은 브랜드의 약만 먹었다.
한국의 학원만큼 중국에도 학원이 매우 많다. 그들의 교육열은 한국 저리 가라이다. 그런데 내가 있는 도시는 그리 큰 도시가 아니어서 그런지 학원 셔틀 버스 같은 것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다 라이드를 해야했다. 상하이나 북경에는 한국 태권도나 피아노 학원도 많고 셔틀버스도 다닌다는데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이번에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서 이사짐은 중국직원이 알아서 포장이사로 보내줬다. 과연 허술한 중국인들이 얼마나 엉망으로 싸서 보낼지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나와 친분이 있었던 회사 직원 수잔은 꼼꼼히 체크해서 짐을 잘 싸서 보내줬다. 한국에 오기까지 통관만 한달 넘게 걸렸다. 한국에서는 포장이사 서비스를 받았다.
한국사람들은 얼마나 일을 잘 하는지. 일단 바닥이 상하지 않게 천을 깔고 사다리차로 많은 박스를 순식간에 올렸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자리에 착착 물건을 정리해 주었다.
한국의 서비스는 내가 보기에 세계 최고이다. 택배부터 포장이사, 의료 시스템 모두 너무 훌륭하다. 이런 양질의 서비스는 외국에는 거의 없다.
코로나 사태에서 밝혀졌듯이 유럽이나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별로이다. 의사를 바로 만나기도 어렵고 매우 비싸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나 삶에 대한 만족감이 낮은 편이다.
이유가 뭘까. 아마도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는 비상식적으로 크다. 서울 수도권 지역과 지방의 교육이나 문화적 인프라 차이가 크다. 대학 서열화는 너무나 공고하고 출신 학교는 그 사람의 일생을 따라다닌다
블루 칼러도 안전하게 편안히 살 수 있도록 임금이 올라야 한다. 최저임금 100원 올리는데도 이렇게 반발이 심한 것이 참 안타깝다.
인천 공항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정규직은 모두의 꿈이다. 그나마 공기업인 공항이나 공무원들은 정규직의 기회를 국가가 좀 늘일 수 있다. 그것이 배가 아파서 안 된다고 하면 결국 나도 망하고 너도 망하는 결과만 얻게 된다. 점점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공기업에 이어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외국에 살다보면 한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돈 있는 사람만 살기 편한 나라이다. 중산층과 저소득층 역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로 바뀌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