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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언니 Aug 23. 2022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다

결혼 전, 아니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누구나 그렇듯 나도 내가 우선이었다. 내 공부, 내 직업,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러나 아이를 낳고 공부나 일을 예전처럼 마음껏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가능하다. 내가 전적으로 돌보고 책임져야 할 누군가가 생기는 일이므로

아이는 나에게 상상도 못할 기쁨과 행복을 선사했지만 중간에 그만 둔 박사 공부와 “음악사”라는 전공 때문에 늘 비정규직 강사로 일할 수 밖에 없는 불안한 신분은 늘 힘들었다.

그리고 아이를 봐주러 근처에 이사오신 친정 부모님은 연세가 벌써 70, 80대 후반이었다. 한 해가 다르게 부모님은 몸이 아프시고 인지 능력이 떨어졌다.

나의 형제들은 당시 모두 지방에 살았다. 부모님 돌보기를 같이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두 어린 딸과 고령의 부모님, 그리고 불안한 직장 등 점점 어깨에 짊어지는 짐이 많아졌다.

차라리 그 때 “나 힘들어 죽겠어” 혹은 형제들에게 화를 냈더라면 덜 힘들었을까? 나는 그럴 성격도 못 되고, 지방에 있는 형제들도 각자 살기 바쁜 걸 아니 뭐라 말 하기도 그랬다. ​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가끔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있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기 전에는 손이 많이 갔다.  감기에  걸리던 내가 종종 감기몸살을 앓았다. 아이들 감기를 돌보다가 옮아서 아픈 적도 많았다. 사실 많은 엄마들이 그렇다.

결혼하여 자녀가 있는 내 친구들은 90% 이상이 풀타임 워킹맘이다. 난 파트타임 강사인데도 왜 이렇게 힘든 걸까. 몸도 마음도 약해지는 내가 마치 패배자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진로에 대한 고민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언제 클까?

나의 30대는 그렇게 지나갔다.

얼마전 “느리게 더 느리게”라는 책을 읽었다. 하버드 대학교의 인기 강의라는 “행복학” 수업을 정리한 책이다. 평범한 속에 진리가 있다고 사실 내용은 뻔하고 살짝 올드했지만, 가독성도 좋고 왠지 따뜻한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한 챕터에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여라.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다” 라고 써 있었다.

이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 내가 설사 몸이 좀 약해도

가끔 감기에 걸려도


그것은 그저 나에게 있는 약점이지.

약점이 없으면 좋겠지만  

나의 약점을 그저 받아들이고

잘 달래가며 같이 살아갈 수도 있다.

40대 중반이 된 지금에서야 그것을 깨닫고 마음이 좀더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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