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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언니 Jul 03. 2022

부모가 아이에게 직접 성교육한 후기

6월에는 큰 애 생일이 있다. 남편과 나는 드디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일을 실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것은 바로 제대로 된 “성교육”!


이런 과정을 통해 네가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알려주려고 생일즈음에 맞춰 하기로 했다. 아이는 학교에서 생물학적인 특징을 배우고 성폭행 예방 교육은 받았으나 “성관계”를 어떻게 하는지는 아직 잘 몰랐다.


사실 작년부터 할까 했으나 아이가 아직 “성”에 대해 구체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아 미뤄왔다. 우리집은 유튜브를 티비로 볼 수 있게 해놓고, 아이패드, 컴퓨터, 핸드폰에 청소년 rock도 걸어놔서 아이가 19금 영상을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 14살이 됐으니 중학교에서 친구들이 하는 얘기를 줏어들을 수도 있으므로 더는 미루면 안 될 것 같았다.


기관에 맡길 수도 있고 소그룹을 만들어 강사를 모시고 집에서 할 수도 있으나, 그간 코로나가 심했고, 강사마다 수위가 달라 지나치게 자세하게 언급하거나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한다고 해서 우리는 부모가 직접 하기로 결심했다.


미리 독일 사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어떻게 했는지 자문도 구하고, 괜찮은 동화책도 사놨다. “성관계”를 우리가 말로 설명을 하는 것보다는 동화책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여러 동화책을 살펴보다 얼마전 여가부에서 사용해 문제가   동화책을 준비했다. “성관계는 신나는 일이야 한문장 때문에 보수 진영에서 난리가  책이지만 동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 문맥상 전혀 문제가 되는 책이 아니다. 성관계를 담백하설명하고 있고, 사랑을 나누며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축복받고 신나는 일이라는 논지이다.


우리는 큰 아이를 집 앞 근처 예쁜 브런치 카페에 데리고 갔다. 맛있는 음식을 먹이며 동생 없이 엄마아빠와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하며 성교육을 하려는 계획이었다.


처음엔 학교 생활이나 친구 이야기를 묻다가

“근데 학교에서 성교육 받은 적 있어?”하고 물었다.


“어떻게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지 알아?”


아이는 잘 모른다고 했다(물론 아는데도 모른다고 할 수 있으나 내가 아는 한 얘는 진짜 모르는 것 같다)


우리는 동화책을 보여줬다. 아이는 동화책을 다 읽더니 민망해서인지 별 말이 없다.


“어때?”


“좀 쇼킹하긴 하다”


“근데 세상 모든 사람이 이런 과정을 통해 태어난거야. 엄마, 아빠도 이렇게 태어났지. 전에 매미가 짝짓기하는 걸 본 적 있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짝짓기를 해서 생명을 잉태해”


우리는 이어서 꼭 전달하고 싶은 말을 했다.


남녀가 사랑하면 드라마에서 보듯이 뽀뽀도 하고 싶고 안고 싶지. 스킨십을 하고 싶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야. 섹스도 ”사랑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러운 거야.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지.


다만 섹스는 “아기”가 태어날 수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어. 안타깝게도 100퍼센트 피임은 없어. 그래서 남녀가 부모가 될 준비가 되었을 때 섹스를 하는 것이 좋아. 마침 아이가 즐겨보던 “우리들의 블루스”에 현-영주 커플의 10대 임신 이야기가 나와서 이야기를 풀기 한결 쉬웠다.


그리고 인터넷에 나와 있는 19금 동영상이나 만화 등은 정상적인 성관계를 그리지 않고, 주로 남성들의 환타지나 성욕을 자극하려고 만든 것이 많아. 서로 정말 사랑하는 남녀는 그런 식으로 성관계를 갖지 않아


다행히 우리 셋은 웃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럼 너는 언제쯤 섹스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사실 20대가 넘으면 넌 성인이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할지 말지는 네가 결정할 문제야. 엄마 아빠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을거야.

그런데 임신 가능성도 있으니 네가 신중하게 생각하고 해야해”


라고 물으니 아이는


“음.. 결혼하고 나서나, 결혼하기 직전. 아니면 오랫동안 사귀어서 이 사람과는 임신해도 결혼을 꼭 할 거라는 믿음이 확실할 때 성관계를 해야겠네.”


라고 대답했다.


“앞으로도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엄마 아빠에게 물어봐. 엄마 아빠는 어떤 상황이든 네 편이야”


라고 말하며 대화를 마쳤다.


2-3년간 우리 부부는 커가는 아이를 보며 어떻게 성교육을 해야할지 종종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 시간 고민한 만큼 (우리가 느끼기엔) 무난히 잘 끝난 거 같아 다행이다.


아이가 자라고 성인이 되면서 좋은 짝을 만나고 사랑을 하길 바란다. 이 때 성관계가 비밀리에 하는 죄책감을 유발하는 행동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단계임을 알고 당당하게 살길 바란다. 그리고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길 기원한다.


https://m.blog.naver.com/winglove1/222079776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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