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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언니 Aug 31. 2022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치기 도전!

올해 내가 집에서 쳐본 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멘델스존 무언가 전곡

쇼팽 녹턴 전곡

하이든 소나타 (전곡은 아닌 듯. 유명한 것만 뽑아논 태림 출판사 악보집 한권)


그리고 현재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치고 있다. 끝나면 슈베르트 즉흥곡을 칠 예정


전에 얘기한대로 그냥 초견으로 한번 쓱 쳐보는 것이다. 음악사에서 언급하는 작곡가와 작품들을 직접 쳐본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물론 매일 2-30분 치다 보니 손가락에 힘이 붙어 간만에 손이 좀 잘 돌아가는 것은 예상외의 소득이다.


전곡을 치면 작곡가의 스타일을 알 수 있어 재밌다. 하이든은 파파 하이든이라는 별명처럼 얼마나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인지 피아노 소나타 곳곳에 리듬을 쪼개 놓은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나이가 드니 프레이즈의 흐름도 어릴 때보다 훨씬 잘 보인다. 그래서 피아노 치는 것이 재미있다. 손가락에 어느 정도 힘이 붙다보니 “다음에 강의할 때에는 피아노 있는 곳에서 해서 실제로 연주도 보여줄까” 하는 근자감도 생긴다 ㅋ


초등학교 때 쳤던 슈베르트의 즉흥곡을 다시 쳐보며


“음. 아직 죽지 않았네”


속으로 좋아한다 ㅋㅋ


피아니스트들과 비교할 수 없지만 나는 지금의 내 피아노 소리가 마음에 든다. (손가락이 빠른 패시지에서 가끔 꼬이는 것만 눈감으면 된다 ㅋㅋ)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예고 피아노과 시절의 나.

실기 등수에 절망하고 마음이 다치며 “난 피아노를 못 쳐” 하는 트라우마에 한동안 힘들었던 나.


과학고 다니는 아이들도 자기 등수에 충격 먹으면서 “난 공부를 못해 “ 하고 자괴감에 빠진다고 하던데 비슷한 경험을 나는 피아노 실기에서 했다.


예원(예술 중학교 이름)을 안 나오고 동네 선생님에게 취미로 배우다가 중 3 때 처음 교수님께 배우고 예고를 들어간 나는 엄청난 실력을 뽐내는 친구들 사이에서 실기 성적 때문에 맘 고생을 좀 했다.


사실 그 때도 일반인과 비교하면 그렇게 못 치는 애는 아니었을 거다. 일단 예고 입학의 문을 넘었다는 것은 아주 못 치면 불가능하므로.


그러나 고등학교는 불과 95-85점 사이에 7-80명 되는 피아노 전공 학생의 성적을 매겨야 했고 소수점으로 등수가 갈리는 피말리는 경쟁을 했다.


오랫동안 배운 동네 선생님이 레퍼토리를 엄청 늘려 주셨지만 전공을 생각하고 배운 적이 없어 그저 취미로 중 1 때까지 설렁설렁 배웠다.


초등학교부터 매일 3-4시간 치며 예원에 들어간 친구들에 비해 연습 시간의 절대량이 부족했다. 예고 시절 나도 하루에 3-4시간 피아노를 쳤지만 그 갭을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를 가르친 한옥수 선생님은 나를 참 예뻐해주시고 잘 가르쳐주셨지만 실기 등수는 쉽게 오르지 않았다.


나는 “피아노엔 소질이 없어” 하고 상처를 받고 음악사로 전공을 바꿨다. 물론 무대에서 카리스마있게 연주하는 것이 내 성격에 잘 맞는 일은 아니었다. 나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제일좋아한다.


그러나 나는 “피아노를 못친다” 트라우마가 20대 이후까지 갖던 것을 보면 성적이 사람에게 주는 상흔이 꽤 깊은 것 같다


요즘 중학교는 ABC로 성적이 나간다던데 예고 실기도 만약 그렇게 성적을 매길 수 있었다면 아이들이 마음이 덜 상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치고 싶은 곡 맘껏 치며 살란다. 피아노 전공도 아닌데 뭐 어때 ㅎㅎ 다음엔 강의할 때 피아노 연주도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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