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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언니 Mar 05. 2023

대학 때 뭘 배웠는지 기억이 안나

우리 과(작곡과 이론 전공)는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과로 체계없는 커리큘럼으로 유명했다. 4년 내내 전공 수업이름은 이론 1~8이었다. 그 학기에 교수가 관심있는 주제에 관해 논문을 읽고 요약하는 수업을 했다.


2학년 때 우리를 가르친 M교수는 첫수업에 갑자기 프랑스어 책을 가져오더니


“불어 별로 안 어려워. 좀만 공부하면 돼. 이 책을 읽어봐. “ 하고 무책임하게 우리에게 불어 책을 디밀었다. 영어 원서도 겨우 읽는 학부생들에게 불어책을 주다니 정말 무슨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


그녀는 날이 좋으면 동료 교수들과 승마를 타러 나갔다. 그런 날은 으레 휴강이었다. 심지어 자기 주말 농장에 학생들을 불러 농사일을 시켰다. 요즘같이 교수 평가제가 있었으면 학생들이 가만 안 뒀을텐데 아쉽다.


가끔 후배들이 ”언니 음악사 수업 들어도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라고 한탄을 했다. M교수와 S교수가 음악사를 가르쳤는데 정말 못 가르쳤다. 나는 대학원 시험 준비를 하며 <들으며 배우는 서양 음악사>라는 음악사책을 깡그리 외웠다. 그리고 악보를 보며 고대 그리스~현대 음악까지 다 들었다.


교수가 가르쳐서 음악사를 익힌 것이 아니라 나 혼자 시험 준비하면서 암기해서 공부한 것이다. 대학원에 와서도 수업 질은 별로였다. 늘 원서를 나눠서 요약하고 발표하는 세미나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교수는 우리의 발표를 듣고 코멘트할 뿐 따로 뭘 많이 가르쳐 주진 않았다.


각자 스스로 공부하고 익히는 것이 우리 과 공부 방식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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