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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언니 Sep 17. 2023

김포 고촌 도서관 강의를 하며

수원에서 김포는 제법 되는 거리인데다 토요일 강의라 남편이 운전기사겸 장비 담당으로 함께 간다. 아직 강의가 끝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강의를 지켜보던 남편이 이런 따뜻한 글을 페북에 남겨주어 마음이 훈훈해졌다.


상인이는 경기도 김포 고촌도서관에서 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행사의 일환으로 “토요일에 떠나는 클래식 여행” 강의를 하고 있다. 9월부터 총 5회 강연이고 마지막에는 같이 브런치 콘서트도 보러 간다. 운전 기사이자 장비 담당자로 동행하게 되어 덕분에 나도 그녀의 강의를 다시 듣게 된다.


예전 노숙자 대상으로 했던 강의 때도 그랬지만 좋은 음악이 가지는 힘은 참 놀랍다. 쇼생크 탈출의 죄수들처럼 피가로의 결혼의 아리아가 울리면 갇혀 있지 않은 우리도 자유를 느낀다. 2시간을 꽉 채운 강의를 마치고 나면 사람들은 다들 음악을 흠뻑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나는 남편인 덕분에 비슷한 강의를 여러번 듣지만 매번 새롭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같은 내용이지만 듣는 음악도 영상도 조금씩 매번 다르다. 첫 시간에 수강자들에게 듣고 싶은 음악을 물어보고 그 피드백을 베이스로 강연 사이의 이야기가 늘 바뀐다. 사람들은 임재범의 여러분을 듣고 같은 고독과 그안에서의 성숙을 고민한 베토벤의 따뜻함을 공감했다.


그런 공감은 사실 공짜가 아니다. 음악가들에 대한 애정, 연주자들 (그녀의 친구들, 제자들을 포함한)에 대한 애정, 그리고 그녀의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들에 대한 애정으로 그녀는 그냥 해도 되는 강의를 갈고 또 닦는다. 더 잘 표현하는 영상을 찾고 새로운 이야기 거리를 공부해서 간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그녀도 그녀의 강의도 진화하고 있다.


상인이는 중국에서 돌아와서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의심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하기 전에도 시작하고 난 지금도 계속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는 방법은 하게 될 때까지 준비하는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렇게 찾아가고 만나고 나누고 그리고 진화해 갈 것이다.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우리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길위의인문학 #고촌도서관 #클래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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