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옷과 신발을 정리하며

by 스텔라언니

토요일에 친정에 가서 엄마 아빠 안 입으시는 옷과 신발을 정리했다. 아빠는 요양병원에 계시고 엄마는 요양원에 계시니 외출복을 비롯한 여러 옷가지들을 다시 입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박스에 넣어보니 큰 박스로 4개나 나왔다. 안 입는 옷과 신발은 대학 선배님이 후원하는 아프리카 후원단체에 보내기로 했다.


정리하면서 기분이 이상했다. 아직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렇데 정리해도 되나 싶은 기분도 들고. 좋은 기회이니 이번에 정리하는 게 맞는데 싶기도 하고.


옷과 신발을 거실에 한무더기 쌓아놨는데 기분이 너무 이상해 언니에게 카톡을 보냈다.

사진의 5배 정도되는 물건이 나왔다


언니 기분이 너무 이상해

아직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정리해도 될까

부모님의 몇십년 된 옷,

내가 어릴 때부터 봤던 옷들을 보내니

섭섭해.


언니는 어차피 안 쓰실 거고 엄마 아빠도 좋은 일 한다고 기뻐하실 거라고 쓰담쓰담 위로를 해주었다. 나도 머리로 알고는 있는데 부모님이 정말 자주 입으시던 옷은 아직 체취가 남아 있는 거 같아 차마 버릴 수가 없어 한두개 슬쩍 빼놓았다.


수요일에는 다시 친정에 가서 안 쓰시는 침대와 이불, 매트도 정리해서 아프리카로 보낼 예정이다. 친정 형제 카톡방에 올리니 다들 좋은 일에 쓰는 거니 괜찮다고 하지만 여러가지로 마음 한 귀퉁이가 스산하긴 하다.


사람은 길어야 8-90년을 사는데

그렇게 아둥바둥 살아도

결국 다 놓고 가는구나.


나는 마지막에 무얼 남기고 떠날까

며칠전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을 원피스를 열심히 검색하던 내가 무색해졌다.


엄마 아빠의 성품을 아니

내가 두분의 물건들을 아프리카에 보냈다고 해도

잘했다 하실 것이다.


부디 아프리카에 잘 도착해서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잘 쓰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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