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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언니 Nov 30. 2023

입시 제도가 변하려면

지금 30,40대 엄마들은 자기를 위한 시간 확보를 중시하며 전 세대에 비해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 편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4차 산업과 AI의 발달로 인류는 노동에서 해방되고 많은 직업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이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졸업한들 취업을 바로 한다는 보장이 없으며 평생 직장이라는 환상은 진작에 깨진 듯하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인권과 행복을 무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하라는 현재의 입시제도 속에 우리의 금쪽같은 새끼들을 집어넣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차라리 우리 모두 힘을 합해 대학교의 서열을 없애고, 유럽처럼 전공별로 유명한 대학교가 소수 있으면 어떨까? 프랑스의 경우 인문학은 파리 4대학, 의학은 그르노블 대학이 유명하다. 몇몇 전공별 유명대학만 남겨서 엘리트를 키우고, 나머지는 집에서 가까운 혹은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교를 자유롭게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면 사교육비로 거금을 지출할 필요 없고, 우리는 노후를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고.


가장 시급한 개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를 줄이는 것이다. 비정규직도 정규직의 8-90프로 정도는 임금을 줘야 사람들이 “정규직”을 목표로 달려가지 않을 것이다.


내 아이를 경쟁적인 교육제도의 희생양으로 만들지 않는 건 부모의 굳은 의지로 가능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개선은 사회가 연대해서 개혁해야할 부분이다.


1년 이상 선행 시키지 말고, 옆 친구가 몇점 맞았는지 살피며 경쟁하지 말고, 운동 많이 하고 읽고 싶은 책 많이 읽고 친구들과 좋은 추억 쌓으며 학창 시절을 보내게 하고 싶다.


그리고 거지 같은 객관식 문제는 제발 없애고 서술형 문제로 시험을 내기 바란다. 한국은 원래 주관식 시험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이다. 과거 시험 기출 문제는 모두 서술형이었다.


예를 들어


“가뭄이 들어 올해 흉년으로 백성들이 모두 굶주리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많은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서얼 출신도 과거 시험을 보게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등..


깊이있는 사고를 요구하던 과거시험은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사라졌다. 한국은 객관식 문제로 경쟁을 시키는 일본의 교육을 그대로 답습하게 되었다. 이제 아이들에게 1-5번에서 맞는 답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에 대해 원인과 해결방법은 무엇인지 묻는 문제를 주자.


그리고 시에 밑줄 긋고 시인도 알 수 없는 의도를 파헤치는 문학 문제는 그만 내고, 아름다운 시를 낭송하는 문화를 다시 부흥시키자. 그래서 예전처럼 시낭송회도 열고, 서로에게 시를 선물하던 전통이 다시 부활하면 좋겠다.


김누리 교수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읽으면 우리 나라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고민하게 된다. 그 책에 따르면 독일도 우리 나라 못지 않게 경쟁교육, 반공교육을 시켰으나 68혁명 후 많은 지식인들이 교육과 언론에 종사하면서 사회를 수평적이고 민주적으로 변화시켰다고 한다.


386세대는 민주화항쟁을 통해 우리에게 광장 민주주의를 선물했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어떻게 민주적인 태도로 살 수 있는지 고민하진 못한 듯 하다. 그렇다면 90년대, 00년대 학번인 지금의 3,40대들이 그 변화의 선봉에 서면 어떨까.


우리가 담합 해서 아이들에게 무리한 선행을 안 시키고, 경쟁을 시키지 않고, 사교육을 덜 시켜서 입시 제도를 보이콧해보자.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만들어 갈 것이다. 결코 그 길을 우리가 정해줄 수 없으며 코뚜레를 꾀서 끌고 갈 수 없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시간을 확보하고, 우리가 하고 싶은 공부나 취미활동을 하고, 노후 자금을 마련해서 평온하게 늙으면 된다. 그게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할 길이다.


#입시제도

#김누리

#교육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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