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라 체네렌톨라(1817)
로시니는 베토벤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작곡가입니다. 오페라로 대성공을 거두어 젊은시절 갑부로 성공한 작곡가이죠. 본인이 원래 유머가 많고 낙천적인 성격이어서인지 작품들도 모두 밝고 경쾌한 성격이 강합니다.
실제로 대표작 <세비야의 이발사>가 흥행한 후, 그의 인기는 베토벤을 크게 앞질렀다고 해요. 당시 베토벤은 역작인 <교향곡 9번 합창>을 작곡하고 있었으며 유럽 전역에서 큰 존경을 받던 작곡가였음에도 불구하고요.
그가 세비야의 이발사를 작곡한 이후 이듬해 내 놓은 오페라가 바로 <신데렐라> , 즉 <라 체네렌톨라 (신데렐라를 이태리식으로 발음한 것)입니다.
신데렐라는 어린이들이 참 좋아하는 동화죠. 그런데 로시니의 <신데렐라>는 어른을 위한 오페라에요. 그래서 마법이나 요정은 나오지 않아요. 그리고 큰 차이점은 유리구두 대신 팔찌가 사용됐어요.
계모가 아닌 계부 밑에서 고생하던 안젤리나는 계부와 두 언니들에게 “체네렌톨라(신데렐라)”라 불리며 온갖 집안일을 도맡았어요. 어느날 집에 거지가 찾아오는데, 온 가족이 홀대하지만 안젤리나만 그를 따뜻이 대해 줍니다.
이 거지는 바로 왕자 돈 라미로의 가정교사이자 철학자로, 왕자의 신붓감을 찾기 위해 거지로 위장한 것이었습니다. 안젤리나의 착한 심성을 눈여겨본 알리도로는 왕자에게 안젤리나를 소개합니다. 왕자는 신분을 숨기기 위해 하인 옷을 입고 안젤리나를 만나고,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알리도로는 곧 열리는 무도회에서 결혼을 발표하라고 하죠. 그런데 계부는 두 딸만 데리고 무도회에 가버립니다. 이 때 알리도로가 나타나 안젤리나를 아름답게 꾸며주고 무도회로 데려 갑니다.
두 딸은 왕자 옷을 입은 하인, 즉 가짜 왕자에게 엄청 들이댑니다. 안젤리나는 여전히 하인 옷을 입은 왕자와 사랑을 속삭입니다.
마법은 없으므로 다행히 12시까지 집으로 안 돌아가도 됩니다. 대신 안젤리나는 팔찌를 왕자에게 주고 선택권을 줍니다. 왕자는 안젤리나에게 팔찌를 건네며 둘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때요? 로시니의 <신데렐라>가 어른 입맛에는 더 맞지 않나요? ㅎㅎ
피날레에서 안젤리나가 부른 유명한 아리아 ’이제 더이상 슬퍼하지 않으리‘는 우리 귀에도 익숙한 명곡입니다 . 유명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트롤리의 음성으로 들어보세요. 밝고 아름다운 로시니 특유의 특징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엄청 많은 장식음이 들어 있는 난곡입니다.
https://youtu.be/X-kRgs3H7so?si=M7oevDqeNI0nEkqK
재미있는 사실은 젊은 시절 오페라의 연이은 성공으로 부자가 된 로시니는 37살의 젊은 나이로 은퇴를 하고 요리에 전념했다는 거에요. 그는 타고는 미식가에 대식가였대요. 음식에 관해서라면 요리사보다 더 많이 썰을 풀었다고 해요 ㅎㅎ 그래서인지 말년의 로시니의 사진을 보면 살집이 많이 붙은 모습을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