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분덜리히 대 디스카우
가곡하면 독일 가곡을 빼놓을 수 없지요. 슈베르트, 슈만, 볼프 등 낭만주의 시대 작곡가들은 시에 음악을 붙여 수많은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독일 가곡이 지금처럼 사랑을 받은 데에는 성악가 두 명의 공헌이 있었습니다. 바로 테너 분덜리히와 바리톤 디스카우입니다.
프리츠 분덜리히(1930~1966)는 독일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첼리스트였고 어머니는 바이올린 교사였어요.
그런데 분덜리히가 5살 때, 2차 대전으로 부상을 입은 아버지가 생활고와 신체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합니다. 이후 어머니가 레슨을 하면서 근근히 먹고 살았어요.
그러나 어머니도 분덜리히가 14살 되었을 때 청력을 잃게 됩니다. 결국 분덜리히가 생계를 책임지게 됩니다. 그는 댄스 밴드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며 돈을 벌었어요.
그가 20살이 되었을 때 마을에 살던 블라토 교수는 음악을 제대로 공부해 보라고 권합니다. 프라이부르크 음악원에 진학한 그는 처음에는 호른을 전공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교수는 성악도 함께 공부하라고 했지요.
슈투트가르트 오페라단에서 단역가수이자 호른 연주자로 일했던 분덜리히는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남자 주인공이 아파서 공연을 취소하자 대타로 무대에 오릅니다. 그리고 슈투르가르트 오페라단의 영웅으로 추앙받습니다.
그는 오페라, 오라토리오, 가곡 등 많은 장르를 섭렵합니다. 그러나 31세가 되면서 가곡에 집중하기로 결심합니다. 오페라 무대에 익숙했던 그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가곡의 표현에 익숙하지 않았어요. 그 때 동료가 피아니스트 후베르트 기젠을 소개합니다. 그들은 환상의 콤비가 됩니다.
분덜리히는 유쾌하고 낙천적인 사람이었어요. 친근감 있고 따뜻해서 “이웃집 소년”같은 이미지였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36살에 친구 별장 계단에서 실족사하여 요절합니다. 두개골이 파열되었다고 해요. 모차르트처럼 36세의 젊은 그는 세상을 하직합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이, 절정이었던 성악가로서의 커리어를 모두 두고 말이죠.
분덜리히의 음성으로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들어볼게요. 가곡은 가사가 중요합니다. 유튜브에서 한글 자막이 있는 영상을 보시면 더 이해가 잘 될 거에요.
https://youtu.be/39jiLo-o598?si=P8TCIO1vPr5pYXRv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1925~2012)는 분덜리히와 달리 장수한 성악가에요. 그는 <독일 리트의 교과서>라 불립니다. 정확한 발음과 자연스러운 연주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가 부르는 슈베르트 <마왕>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이 곡은 등장인물이 4명입니다. 마왕, 아버지, 아들, 해설자가 나옵니다. 디스카우는 혼자서 목소리를 바꿔가며 4명을 연기합니다. 마치 오페라를 보는 것 같아요.
https://youtu.be/8nvGJJJFKYc?si=xgjKPOJ1RcJztS50
그는 독일의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학교 교장이었고 어머니도 교사였어요. 중산층 가정이라 분덜리히에 비해 좋은 환경에서 자랐지요. 그러나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서 2년간 포로 수용소에서 생활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 형은 나치 수용소에서 굶어죽습니다. 온 가족이 큰 슬픔을 겪게 되지요.
그 역시 오페라, 오라토리오, 칸타타, 리트를 모두 연주했어요. 지휘도 했습니다. 만능 성악가였지요.
세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지만, 셋째를 출산하며 아내는 사망합니다. 이후 디스카우는 3번이나 더 결혼을 해요. 그는 마지막에 소프라노 율리아와 결혼해 여생을 함께 합니다.
그는 성악가가 작곡가의 의도를 넘어서면 안 된다고 말했어요. 악보를 충실히 분석하라고 조언했죠. 연주자는 그저 “포도밭의 일꾼”이 되어야 한다고 했어요. 마음대로 악보를 해석하고 과장해서 부르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럼, 디스카우의 음성으로 슈베르트의 <보리수> 들어볼게요. 교과서에도 실린 이 곡은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가곡입니다.
https://youtu.be/ltZn2WVLGdo?si=K4PDfdmKiBKTZwNk
가곡은 오페라 아리아와는 전혀 느낌이 다르지요? 더 섬세하고 서정적이며 부르기도 어렵습니다. 한국 가곡도 요즘은 좋은 곡이 많이 나와요. 그럼, 한국 가곡 <마중> 들으며 오늘 이야기는 마칠게요.
https://youtu.be/8TtIqpcdfs4?si=bmRXpQnQ4t65N0j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