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을 지배하게 된다면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있으면서도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잘 모른다.
전작 <사피엔스>로 유명해진 유발 하라리는 AI의 발달로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넥서스>에서 고찰하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인간이 어떻게 신화와 관료제를 통해 문명을 이룩했는지 살펴본다. 유발 하라리에게 있어서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의 경전, 미국 헌법 등은 모두 인간이 만든 신화, 즉 이야기에 불과하다. 인간은 이야기가 만든 사상에 동조하고 종교, 법을 만든다. 그리고 관료제를 통해 사회를 관리한다. 1부는 책의 분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유발 하라리의 역사적 통찰력이 돋보이지만, 성경이 노예 제도를 지지했다는 주장이나 노아의 홍수같은 사건은 역사적으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왜 믿는지 모르겠다는 주장은 좀 억지스럽다.
십계명의 ‘남의 물건, 여종, 남종을 탐내지 말라’는 것은 당시 문화에 노예 제도가 있었기에 나온 것이지, 성경이 노예 제도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는 것이다. 노아의 홍수도 실제 일어났는지가 중요하다기 보다 이를 통해 보여주는 메세지, 즉 하느님은 우리를 매우 사랑하시며 영원히 그 약속을 지키실 것이라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
2부에서는 컴퓨터, 알고리즘, AI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컴퓨터의 능력 때문에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미얀마의 로힝야족 대량 살상이 유발 하라리의 주장처럼 페이스북만의 영향으로 벌어진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만 알고리즘을 통해 로힝야족에 대한 가짜 뉴스가 퍼진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유튜브 가짜 뉴스를 그대로 믿고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알고리즘 때문에 자기 입맛에 맞는 뉴스를 반복적으로 보고 세뇌당한다.
더구나 문제는 금융, 법 등에 AI가 다양하게 사용되면수 AI가 왜 그러한 결론을 내는지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우리는 과연 AI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까.
3부에서는 민주주의와 AI의 미래에 대해 살펴본다. 이제 AI는 사람인 척 행세하며 정치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AI의 등장은 사회에 더 많은 분열과 위기를 조장하지 않을까.
유발 하라리는 결국 인간이 AI를 어떻게 사용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인간이 협력하여 좋은 방향으로만 AI를 활용할 수 있을까. 기업들은 자신의 이윤을 위해, 정치인들은 권력을 잡기 위해 AI를 악용할 때 우리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