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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모차르트’ : 슈발리에 드 생 조르쥬

by 스텔라언니

대선이 치뤄진 어젯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는 평소처럼 조용히 음악을 들었습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알게 된 작곡가 조제프 불로뉴 슈발리에 드 생 조르쥬(Joseph Bologne, Chevalier de Saint-Georges, 1745~ 1799) 의 음악이었지요. 그는 ‘흑인 모차르트’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그 자체로도 독립적인 빛을 발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삶은 단지 음악가로서의 여정을 넘어, 인종과 계급의 벽을 넘어서려 했던 한 인간의 투쟁이기도 합니다.

1745년, 생 조르쥬는 카리브해의 프랑스 식민지 과들루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프랑스 귀족, 어머니는 아프리카 출신의 노예였습니다. 아버지의 아내, 즉 정실 부인의 몸종이었지요. 이 출생 배경만으로도 그는 프랑스 사회의 경계를 넘나들 수밖에 없는 존재였습니다.


어린 생 조르쥬는 아버지의 배려로 파리에서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음악, 문학, 검술, 승마 등 귀족의 필수 교양을 두루 익혔는데, 특히 펜싱에서는 프랑스 최고로 손꼽히는 실력을 갖추며 ‘검술의 신’이라는 칭호까지 얻었습니다. 그의 펜싱 실력은 음악적 감각만큼이나 섬세하고 빨랐습니다.

프랑스 혁명기에 그는 흑인 민병대 부대장으로도 활동하며, 사회 변화의 최전선에서 싸웠습니다. 음악, 무술, 군사까지 생 조르쥬는 그야말로 르네상스적 인간이었습니다.


생 조르쥬는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였습니다. 1770~80년대, 파리의 음악회에서는 그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었습니다. 특히 ‘라 로즈 올랭피크(La Loge Olympique)’ 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활동하며, 하이든의 ‘파리 교향곡’을 초연하는 등 중요한 음악 무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의 음악은 동시대 인물인 하이든, 모차르트의 고전주의 양식을 따르면서도, 감성적인 선율과 화려한 기교가 돋보입니다. 가장 레코딩이 많이 된 대표 작품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낭만주의를 예견하는 듯한 감정 표현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오늘 그 중 2악장을 들었는데 선율이 참 좋았어요. 고전주의 시대 작곡가답게 지나치거나 과장되지 않는 분위기로 부드럽고 깊이 있는 선율이 흐릅니다. 바이올린의 여제 안네 소피 무터의 연주로 들어보겠습니다.

https://youtu.be/cf7R1TAn4VA?si=h66TigIsWDtaWigh


그러나 뛰어난 재능만으로 모든 사회적 편견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조르쥬는 파리 오페라의 감독직에 추천되었지만, 인종적 편견으로 인해 임명되지 못했습니다 . “흑인의 지휘 아래서 노래할 수 없다”는 성악가들의 항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그의 이름은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공연과 연구를 통해 다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음악사에 남는 최초의 흑인 클래식 작곡가라는 독특한 정체성뿐 아니라, 그가 남긴 음악 자체가 다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유튜브와 음반을 통해 다시 들을 수 있으며, 심지어 영화와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보너스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절친한 벗이자 평생 흑인 인권 운동을 지지했던 듀크 엘링턴의 연주 중 < I don’t mean a thing>도 듣겠습니다. 듀크 엘링턴 역시 백인 중심의 음악계에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흑인 예술가로 전설적인 인물이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우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https://youtu.be/qDQpZT3GhDg?si=2VUu0pW9u0eag3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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