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시 포만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1984)는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처음으로 극장에서 가서 본 영화입니다. 요즘 오리지널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하여 회자가 되고 있는 작품이지요.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었는데, 음향, 리마스터링한 영상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의 삶을 사실 그대로 재현하려는 전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한 인간의 천재성에 대한 질투와 경외, 그리고 파멸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극이자 음악극입니다. 살리에리가 실제로 모차르트를 질투하진 않았지만,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위해 만든 허구 이야기가 오히려 모차르트의 재능을 더 잘 보여줍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놀랍게도 모차르트가 아닌, 그의 라이벌 안토니오 살리에리. 그는 당시 최고의 대우를 받던 궁정음악가였죠.
살리에리는 신을 향한 믿음과 봉사로 평범한 재능을 갖고 살아가던 중, 모차르트라는 “신이 직접 선택한 도구” 를 목격하게 됩니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유치한 말투와 가벼운 행동 속에서 나오는 완벽한 음악에 충격을 받죠. 그 순간부터 영화는 단순한 전기가 아닌, 인간 내면의 깊은 욕망과 무너짐을 탐구하는 서사로 나아갑니다.
https://youtu.be/6Gderhmyi6U?si=-eoqO0YqM9QogX4N
하지만 이 모든 갈등을 뛰어넘는 것이 바로, 모차르트의 음악입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피리>는 물론이고, 영화 속 장면마다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그 자체로 하늘에서 내려온 빛과도 같은 위로와 경이로움을 전해줍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마치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 매번 새롭게 감동을 주는 레시피 없는 요리 같아요.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인간의 고통과 기쁨, 그 사이의 모든 감정을 아우르며, 우리 마음을 조용히 파고듭니다.
<아마데우스>는 그래서 더없이 역설적인 영화입니다. 모든 인물과 갈등, 심지어 죽음조차도 그의 음악을 위한 무대가 됩니다. 음악이 영화의 중심이 아니라, 영화 전체가 모차르트의 음악을 위한 배경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영화 말미에 병색이 짙은 모차르트가 부르는 대로 살리에리가 받아 적으며 작곡하는 모차르트의 유작 <레퀴엠(장례식 때 부르는 미사곡)>은 둘의 관계를 잘 보여줍니다. 질투와 경외심을 뛰어넘어 두 음악가가 한 작품을 위해 협동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하지요. https://youtu.be/MBUbGh9Ei9I?si=T83gfoVUcrPSFQHS
근처에서 상영하고 있다면 이번 주말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