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선의 산문집 <즐거운 어른>은 제목만큼이나 묘한 울림을 준다.
흔히 ‘어른’이라는 단어는 책임과 무게를 먼저 떠올리게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어른은 조금 다르다. 어른은 자기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 남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정리해 나가는 사람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은 ‘고독사 하고 싶다’는 고백이었다. 보통 고독사는 비극으로만 다뤄지지만, 저자는 그것을 두려움이 아닌 자기 삶을 스스로 완결하고 싶다는 의지로 이야기한다. 남에게 짐이 되지 않고, 홀로 사는 방식조차 존엄하게 지켜내고 싶다는 태도. 나 역시 그 단단한 외로움의 미학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한달 넘게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몸에 호스와 기계를 꼽고 계시다가 힘들게 가셨다. 기계만 떼면 당장 훌훌 날아가실 수 있는데, 우리는 차마 그러지 못했다. 괜히 아빠는 안 해도 될 고생을 했다. 한국의 의료는 너무 발달하여 사람이 자연스럽게 요단강을 건너게 놔두질 않는다. 연명치료를 안 해도 그렇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저자의 생활 루틴이다. 아침에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목욕탕에 가는 단순한 반복. 그리고 늘 책을 읽는 습관. 우리를 지탱하는 힘은 이런 사소하고 꾸준한 일상에 있지 않을까. 나도 하루의 리듬을 지켜내는 이 소박한 태도에 깊이 동의하게 된다. 꾸준히 책을 가까이 해서인지 이옥선 작가는 70대 후반의 나이지만 40대인 우리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즐거운 어른>은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준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애쓰는 대신, 자신이 즐거울 수 있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길. 읽고 나면 괜히 마음이 편안해지고, 나도 내 일상에 더 애정을 쏟고 싶어진다.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특히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동반자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