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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 서평

by 스텔라언니

임우진의 『보이지 않는 도시』는 공간과 제도를 통해 사회의 문화적, 정치적 특성을 분석하는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건축가로 오랜 시간 일해왔다. 한국과 프랑스의 국회의사당, 도로, 주거 공간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장소의 구조와 배치 속에 민주주의와 사회 질서의 기제가 어떻게 스며 있는지를 탐구한다.


책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국회 구조에 관한 비교이다. 한국 국회는 넓은 의석 배치로 인해 의원 간 거리가 멀어지고, 이는 발언 시 고성이 오가는 문화로 이어진다. 반대로 영국 국회는 공간이 협소해 자연스럽게 낮은 목소리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물리적 공간의 배치가 정치적 행위와 의사소통의 방식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한국의 국회의사당 모습이다. 자리가 너무 넓어 소리를 질러 소통한다.

영국 국회의 모습이다. 비좁아 보일정도로 빼곡히 앉아 토론한다.


도로 체계의 비교 또한 흥미롭다. 서울의 후면 도로는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불분명해 단속 인력과 카메라 같은 감시 장치에 의존해야 한다. 반면 프랑스의 도로는 보도와 차도를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차선 폭 자체를 좁게 설계하여 불법 주정차를 구조적으로 차단한다. 이는 다민족 사회를 오래 경험해온 프랑스가 ‘양심’보다는 ‘시스템’으로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거 공간에 대한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의 전통 난방 방식인 온돌은 거주자의 생활에 편리함과 쾌적함을 제공하지만, 건축적 측면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바닥 난방 구조로 인해 자재 사용이 많고, 리모델링 시에는 구조적 제약이 커서 아예 철거 후 신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한국의 주거 문화가 지닌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도시』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사회를 규정하고 인간의 행동 양식을 결정하는 주체로 읽어내는 저자의 시선이 돋보이는 책이다. 공간, 제도, 문화의 상관관계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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