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의 소설 《원청(原城)》을 읽는 동안, 문장 사이로 흙냄새가 스며 나오는 듯했다. 메마른 들판, 바람에 휘날리는 먼지,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한 숨결이 페이지마다 묻어 있었다.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장예모 감독의 붉은 수수밭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흙과 피, 사랑과 생존이 얽히며, 역사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흔드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닮아 있다.
특히 소설의 한 축을 이루는 토비(土匪, 도적떼) 이야기는 강렬하다.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 시기로 이어지는 격변의 시대, 토비가 농촌 곳곳을 장악하고 백성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국가는 멀고 권력은 부패했으며, 사람들은 언제든 약탈과 폭력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그런 가운데 샤오메이와 린샹푸의 관계는 황량한 세계에서 드물게 피어난 따스한 온기였다. 그들의 가정이 끝내 유지되었다면, 좋았을텐데… 샤오메이는 왜 아창을 찾아갔을까? 나 같으면 린상푸와 함께 딸을 키우며 살았을 것이다.
위화는 중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간의 고통과 삶의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포착하는 데 탁월하다. 그의 작품들, <허삼관 매혈기>, <인생> 등은 중국 근현대사의 격변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배경으로 삼는다. 《원청》 역시 그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농촌 마을의 이야기 속에 인간 존재의 고독과 불안,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사랑을 정교하게 담아냈다.
소설을 덮고 나면,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버텨내는 인물들의 삶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500쪽이 넘지만 금방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