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처럼 가정적이고 성실한 남편도 있었지만 음악가들 중에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오늘은 그 중 세 명의 음악가를 소개하겠습니다.
첫번째는 친구인 리스트의 딸과 사랑에 빠진 바그너입니다. 리스트의 딸 코지마는 아빠를 닮아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으며 문학적 재능도 뛰어났습니다. 그녀는 인기가 많았으며, 철학자 니체도 그녀를 좋아했지요.
리스트는 코지마를 베를린에 있는 한스 폰 뷜로의 집에 보냈습니다. 그 곳에서 코지마는 한스의 어머니에게 에티켓을 배우고 한스에게 음악을 배웠습니다. 아름답고 총명한 코지마와 세계 최초의 직업 지휘자이자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였던 한스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코지마는 결혼한 후에 24살이나 연상인 바그너와 애정행각을 벌였고, 딸까지 낳게 됩니다. 결국 1870년 한스와 코지마는 이혼을 하고, 코지마는 바그너가 죽을 때까지 한평생 함께 하지요. 리스트는 코지마와 절연하고 평생 만나지 않았습니다
바그너가 코지마를 위해 작곡한 곡은 <지크프리트 목가>입니다. 그는 코지마의 33세 생일날 침실 앞에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불러 이 곡을 연주해주었습니다.
https://youtu.be/wolO4fJr70Y?si=DblCWPy3_SAk2G4q
두번째 소개할 작곡가는 푸치니입니다. 푸치니는 친구인 제미냐니의 아내와 결혼을 했습니다. 바쁜 사업가였던 제미냐니는 집을 비우고 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는 혼자 있는 아내 엘비라가 심심할까봐 푸치니에게 음악레슨을 부탁했어요.
그러나 푸치니는 아름답고 당찬 엘비라에게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엘비라는 푸치니의 아이를 임신했고 그들의 불륜은 온 동네에 소문이 났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미냐니가 사망을 했고 자유로워진 두 사람은 결혼을 했지요.
자동차 매니아였던 푸치니는 자동차 전복 사고로 크게 다치고, 16세 소녀인 도리아는 그의 병간호를 하게 됩니다. 엘비라는 푸치니와 도리아의 관계를 의심하고, 둘이 바람을 폈다고 소문을 냈습니다. 이탈리아 시골 출신인 도리아는 명예를 목숨보다 중히 여겼고,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습니다.
훗날 도리아의 결백이 밝혀졌고, 푸치니는 죄책감에 괴로워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사랑한 오페라 <투란도트>에 서브 주인공인 하녀 류를 만들어냅니다. 류는 도리아를 투영한 인물입니다.
류가 부르는 대표 아리아는 “Signore, ascolta! (주인님, 들어주세요)”입니다. 1막에서 칼라프가 공주 투란도트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려 하자 류가 무릎 꿇고 말리는 장면입니다.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하면 목숨을 잃기에 류는 칼라프에게 하지말라고 애원합니다.
https://youtu.be/UNrkW3iEyWY?si=bClF---j9ZRALdoq
세번째로 소개할 작곡가는 드뷔시입니다. 드뷔시는 1899년, 패션 디자이너이자 모델이던 릴리 로제텍스(Lilly Texier)와 결혼했어요. 문제는 결혼 초부터 이미 둘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드뷔시는 점점 명성을 얻은 후, 아내를 교양 없는 사람처럼 대하며 공개적으로 모욕하기도 했답니다.
1903년 무렵, 드뷔시는 엠마 바르다크(Emma Bardac)를 만납니다. 그녀는 은행가의 아내이며 이미 아이가 있던 기혼 여성이었지요. 음악적 감수성이 통하고 지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엠마와 사랑에 빠진 드뷔시는 곧 아내를 떠나 엠마와 동거를 시작합니다.
1904년 드뷔시가 이혼을 요구하며 집을 떠난 뒤
아내 릴리는 파리 광장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합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게 되지요. 이 일은 파리 사회에 큰 스캔들이 되었고 드뷔시는 한동안 음악계에서 퇴출당합니다.
이 시기 드뷔시는 무엇을 쓰고 있었을까요? <바다 La Mer>, <영상 Images>등 투명하고 섬세한 대곡을 작곡했습니다.
릴리와 이혼 후, 드뷔시는 엠마와 결혼하고 딸 슈슈(Claude-Emma)를 낳습니다. 그는 딸바보로 가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입니다.
그는 딸이 세살이 되었을 때 <어린이 차지>라는 피아노 모음곡을 선물합니다. 이 중 마지막 곡인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는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골리워그란 19~20세기 초 영국·프랑스에서 유행한 흑인 인형으로 검은 피부, 과장된 입술과 눈으로 표현된 장난감입니다. 오늘날 기준에선 명백히 인종차별적 이미지를 담고 있지요.
케이크워크란 19세기 말 미국 흑인 사회에서 시작된 춤으로 백인 상류층의 거만한 사교춤을 흉내 내며 비꼬는 풍자 춤입니다. 우승자에게 케이크를 줬다고 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대요.
드뷔시는 딸 슈슈를 위해 장난감 인형의 춤을 소재로 경쾌하고 재밌는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음악 안을 들여다보면 당시 유행하던 미국식 리듬(재즈의 전신)을 차용해 유럽 클래식의 ‘고상함’을 일부러 가볍게 희화화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p5Rhv1E3tEM?si=hnCf7K_LiDSgYbg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