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결국 계속되어지더라

두 번째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기

by 프라하

내 삶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또 한 번 용기 내서 옮긴 세 번째 나라


나는 아주 밝은 명랑 쾌활한 성격을 가진 아이였지만 한 가지. 낯선 곳을 두려워했었다.

어떤 사람은 낯선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고도 하는데 나는 길치여서 그런지 유난히 낯선 장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내가 10년이 넘도록 유럽생활을 하면서 그 와중에 세 번째로 나라를 옮겼다.


첫 나라는 겨우 1년밖에 살지는 않았지만 첫 해외살이이고 맨땅에 헬멧도 못쓰고 헤딩을 하며 적응하려고 무척 애썼었기 때문에 고작 1년이 1년 같지는 않았다. 그 당시는 아이는 어리고 엄마는 외국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랭이였기 때문에 아이도 나도 참 많이 힘들었었다.


그러다 갑자기 옮기게 된 두 번째 나라에서는 그래도 맨땅에 헤딩경험이 좀 있다고 나름 판단도 할 수 있게 되고 노하우도 생겨서 몇 해에 걸쳐 적응을 해 나갔었더랬다.

두 번째 나라에서 9년을 살았으니 한국다음으로 가장 길게 산 곳이 되고 어느새 아이는 한국과 비슷하게 산 제2의 고향이 돼버린 셈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차츰 편안함과 여기가 내 집이지 하는 안락함도 가끔 느끼면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냈었다.


그러다 아이아빠가 일하고 있는 이곳으로 이주를 하면서 어느 순간 나는 기가 막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처럼 새로운 곳 가기 싫어하는 사람이 나라를 이렇게나 옮기면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 같다.


처음 한국을 떠날 때 모든 것을 다 버려야 갈 수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두렵고 이게 맞나 하는 불안감이 많이 컸었었다.

두 번째 나라에서 9년을 살다 보니 나름 또 나의 생활들이 구축이 되어 그것들을 또 한 번 놓고 떠난다는 것이 정말 많이 힘들었었다.

한번 해봤으니 두 번째는 더 쉽겠지. 혹은 어차피 거기도 내 나라도 아닌데 뭐. 이렇게 가볍게 생각되어질 줄 알았는데 두 번째여서 그런지 놓고 떠나기가 참 힘들었었다.

또 새로운 곳에 가서 적응하고 나의 생활들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 많이 되었다.


옮겨온 지 딱 1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좀 머뭇거렸지만 지금은 내 생활에 나만의 루틴이라는 것도 생기고 내 활동반경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한마디로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지내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는. 아이는 이주를 한 것이 본인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고.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럼 됐지. 두고 온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여기서 또 신나게 열심히 살고 있으면 그 아쉬움들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게 되는 계기가 되어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요즘 내 생활 중 제일 재미있는 시간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나 혼자 운동하는 시간이다.

날이 너무 더워 홈트를 하는데 그 시간 우리 강아지는 눈을 멍하니 뜨고 '엄마 운동하네 나는 잠이나 더 자야겠다' 하는 표정으로 다시 잠들곤 한다.


삶이 중단될 것 같았다. 힘들게 겨우겨우 이뤄놓은 것들을 두고 떠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에는.

하지만 내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사실은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나는 우리 강아지랑 밤산책을 나갈 것이고 나는 또 내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한 시간 열심히 운동을 할 것이다.

내 삶은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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