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나을 때도 있더라

이제 용기가 생겼다.

by 프라하

살다 보면 가끔씩 내정신이 아닌 것처럼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 불안을 느끼면서 정신을 다잡으려고 노력하며 애쓰며 살았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둔적이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그것을 '순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순리라는 것에 나를 맡겨본 적이 없는 듯하다.

나에게는 순리라는 말이 방치와 같은 느낌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면 내 삶의 모습은, 모양은 항상 비슷했다.

내가 내 삶을 조각하고 맞출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나는 거의 언제나 그래왔었다.


하지만 결과가 언제나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나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원치 않던 방향으로 나오기도 했고 그 모습은 언제나 비슷했다.

그러고 나면 나는 좌절하거나 후회하게 된다.


나는 요 근래 내 삶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구나라고 많이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종종 예전처럼 흘러가는 삶의 방향을 캐치하고 내 나름대로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들 때마다 "그래서? 이번엔 정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자신이 있니?"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물론 자신도 없고 용기도 없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이번엔 가만히 놔둬보려고 한다.

지금이야말로 내가 가만히 놔둘 수 있는 용기를 내어볼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을 통제하지 않고 재단하지 않고 정말 말 그대로 순리대로 흘러가게 놔둬볼 생각이다.

내가 이렇게 할 수 있게 된 것에는 정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일이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것을 그냥 놔두는 것은 누구보다 불안도가 높은 나에게는 견디기 힘든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놔둬볼 생각이고 이미 놔두고 있는 상태이다.

나는 정말 50세가 되고 싶었었는데 다행히 내가 50세가 되고 나니 그냥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게 놔둬보자 하는 용기가 생겨서 너무 좋다.

어쩌면 나는 사춘기 때부터 이런 용기를 부러워했었었나보다.

어른이 되면. 중년의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막연한 믿음과 기대가 있었었나 보다.

오랫동안 바라던 용기가 최근에 생긴듯해서 참 좋다.

용기를 내서 흘러가는 내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이 순간까지 살아있게 되어서 참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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