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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 Feb 29. 2024

이른 유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아이가 온 마음을 다해 피아노를 치기 위해서 선택한 고생길

아이와 함께 유학 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9년이 지나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유학길에 올랐는지 초심이라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

쓰며 이를 악물고 살아내고 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자리를 잡았기에

를 악물 것까지는 없지만

 가끔씩 세상적으로 평가되는 ' 성공'이라는 것에 불안해하거나 흔들리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금도 종종 마음을 다지고 다잡곤 한다



우리 아이의 이른 유학에는 남모를 이유가 있다. 피아노를 너무 잘 쳐서도, 혹은 사람들이 말하는

공을 위해서도 아니다. 아이가 본인의 마음의 빗장을 닫지 않기 위해서 온 마음을 다해 피아노 

를 연주하기 위해서 이른 유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간혹 일찍부터 외국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한 것

 부럽다는 학생들의 말을 듣기도 했고 때로는 일찍 유학 간 것에 대해 이점을 물어오는 어머니들도 계시다.

나는 이렇게 말씀드린다. 너무 힘들고 물론 얻는 것도 있겠지만 잃는 것도 많아요.

그냥 다 얻어지는 건 아니에요.


말 그대로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물론 잃어버린

도 많다.

 우리 아이는 어른들의 세상에 너무 일찍 들어가 버려 사람 사이에서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아직은 순수한 아이기 때문에 속여지기 쉬웠고 빼

앗기기 쉬웠다. 한국이었으면 아빠 엄마가 보호해

줄 수 있었던 일도 돈 벌기 위해 멀리 있는 아빠. 언어 잘 안 되는 엄마. 제대로 바람막이를 해줄 수

 없었던 것이다.

매서운 추위와 뜨거운 해의 열기를  온몸으로 그대로 맞으며 자란 아이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한쪽 눈의 장애로 아이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은 우리 아이의 마음은 거기서도 여기서도

굳게 닫혀버렸다.

 오로지 피아노만 쳤다. 음악만 죽어라 듣고 파고들었다. 정말 감사한 일은 다행히 아이는  교수님 께는 온전히 마음을 열고 모든 조언과 가르침들을 한껏 받아들였다. 교수님은 아셨던 것 같다. 그 당시의 우리 아이의 마음 상태를.

항상 성경을 기반으로  피아노뿐만 아니라 인성교

육, 철학 여러 가지 교육을 시켜주셨고 아빠가 멀리

있어 자주 못 보니 할아버지 역할을 톡톡히 해주셨

다. 위로와 격려, 응원을 해주셨고  아이의 말을 항

상 귀 기울여 들어주셨다. 매일매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성장하는 우리 아이를 자랑스럽게 여

겨주셨다.

가끔 나를 만나실 때도 언제나 나를 격려해 주셨고

용기를 주셨다.

서서히 이 나라에 적응도 해가고 원하는 피아노를 마음껏 치고 있던 아이는 어느새 마음에 문도 열고

세상을 제대로 느끼고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순간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고민을 하고 눈물을 흘렸는지 아이는 나를 가여워

하고 나는 아이를 많이 가여워했다.

언젠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다가 그동안의

참으로 많은 고생은 가여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많은 경험이 자산이 된 것이라 하

셨다. 생각 한 끗 차이에 우리는 용기가 가득 생겼다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자산이 생긴 것인가

아주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한쪽 눈이 안 보이는 채로 한국에서 피아노를 전공한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고민을 하게 했다.

예중부터 예고를 거쳐 대학교 입시를 해야 하는데

아이는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피아노로 입시

 경쟁을 원하지 않았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때까지 여러 번 눈 수술을 하면서 친구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았고 상처도 많이 받았었는데 그때마다 항상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자신에게 용기를 준 것이 피아노 라고 했다.

피아노에게 말을 걸면 항상 대답해 줬다고 했다.

아무 생각 안 하고 피아노만 치고 싶다고 했다.

교수님께서 유학을  권하시기도 했고 아이도 원

했다.

아빠는 아이를 앉혀두고 "너 성공하라고 유학 보내

주는 거 아니야. 피아노만 치고 싶다니까. 다른 거 안 하고 피아노만 치고 싶다니까. 한국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보내주는 거야. 콩쿠르 이런 거 다 잊어버리고 피아노만 쳐봐.

그렇게 12살짜리 아들과 나는 유학길에 올랐다.

정말 피아노만 치면 되었다. 그 대신 자신의  생각을 담아  피아노를 쳐야 했고 내 음악을 연주해야 했다.

 엄청나게 많은 음악적 지식을 요구했고 듣지도 보

지도 못한 작곡가들 연주가들에 대해서 공부하고

그에 관계된 많은 책들을 읽어야 했다.

아이는 다행히 너무나 행복해하며 잘 수행해 나갔

다. 행복하게 해 나가니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고

매 학기마다 치러지는 학교의 빡빡한 시험도 다 통

과 해 내었다.


종종 질문을 받는다. 콩쿠르 언제 해요? 이름이 없어요. 우리 아이는 못할 수도 있고 이름이 안 알 려질수도 있다.

최근에  21살이 되면서 자신도 이제 성

인이 되었으니 자신이 선택한 길이 맞는지 옳은지

간혹 불안해할 때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론은 항상 본인이 생각한 대로 가고 싶고 하고 싶어 한다.

솔직한 엄마의 욕심으로는 콩쿠르 해서 이름도 좀 알렸으면 좋겠고  유명한 연주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본인만의 길이 있다고 하는데 응원

하고 격려해 줘야지 하고 또 내 마음을 내려놓는다.


오늘 아침에도 강아지 산책을 함께 하면서 이곡은

어떻고 이 작곡가는 어떤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며

그래서 자신도 이런 연주를 하고 싶다며 쫑알쫑알 대는 아이의 입을 보면서 저렇게 신이 날까.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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