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을 노래하는 연우와 어린왕자

나르시즘에 부치며 // 여우와 달팽이

by 정연우


나르시즘에 부치며
부제; 여우와 달팽이
정연우



여우가 싫어하는 게 달팽이래요

싫은 이유를 물었더니
길을 갈때마다
걸리적거린다나 어쩐다나

하루는 숲속의 왕 사자를 만나러 가는데
발밑에서 달팽이가 묻는거에요

"어디 가는거야?" 하고

콩만한게, 대답할 가치도 없는게
그렇게 생각하고선 달팽이를 발로 뻥 차고
가던 길 갔대요

30년쯤 세월이 흘렀어요
노쇠하여 걷는것도 힘든 여우가 집에 있는데
그때 밖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

겨우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문을 닫으려는데
조그만 목소리가 말하는거에요

"나야!"
"나!"

"누구야?"

"나라구! 달팽이!"

"누구라고?"

잊고 살았던 달팽이가
아니,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달팽이가
발밑에서 걸리적거리지 않아도
궁금하지 않았던 달팽이가

"물어볼게 있어서 왔어!"

달팽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어요

"그때, 왜? 날 발로 찼어!"

"그거 물어보려고 왔어!
니가 왜 그랬는지 물어보려고,
30년동안 쉬지않고 기어서 왔어!"

"왜 그랬는지 생각도 안나지만,
30년이나 걸렸단 말이니?"

"바보!"

그러고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문을 쾅 닫아버리는 여우
그러나 듣지 못한 대답이 듣고싶은 달팽이

'기어서 오는 동안 매일이 그믐같았는데
아름다운 것들을 눈 앞에 두고도
보지않고 앞만 보고 왔는데
물기 머금은 수선화가 입맞춤으로
옹골차게 쓰러져와도
나르키소스처럼 간지럼은 모른 척 했는데
지금은 마치, 내 꼴이 실연당한 에코 같잖아!'

'인생이 뭐가 이래?'

여우와 달팽이는
지금은 어디쯤에 있을까요?




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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