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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우 Sep 23. 2022

지구별을 노래하는 연우와 어린왕자

도라지가 보라색으로 꽃을 피우면

도라지가 보라색으로 꽃을 피우면

유설 정연우


마당에는 고추도 심고 방울토마토도 심었소

누구라도 오면

먹을 것이 있으면 좋지 싶어서 심었는데

죽지 않고 잘 크고 있구려

마당 텃밭을 그냥 뒀으면 풀만 무성했을터인데

그거라도 심어 놓으니 사람 사는 집 같고 좋소

옥수수도 심었소 당신이 좋아라 했던 옥수수요

애들 클 때 옥수수를 쪄서 놓으면

어찌 그리도 맛나던지

지금은 맛있다고 쪄 놓아도

예전만큼 맛난 줄을 모르겠소

사람 키보다 더 큰 놈이 옥수수를 품고 있으면

익을 때를 기다렸다가 꺽어서 따는 재미가 쏠쏠했지

‘똑깍’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구만


당신은 안들리요?


아프고 나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기억이 오면 당신이 보고 싶

10년도 전이었지 

당신 죽어서 나를 떠난 지가 말이오

그 때 나는 왜 안 죽고 살아서

이렇게 혼자서 마당을 왔다갔다 하는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소

당신 살았으면

옥수수도 찌고 토마토도 따고 고추도 따서

된장에다 밥 먹자고 나를 불렀을터인데

지금은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그 사람이 없소

그래서 슬프오 혼자 있는 것이 슬프오


쌀이 없을 때 겨우 보리죽 끓여서 먹다가

통일벼를 심었는데

나락모가지가 주렁주렁 열릴 때가 있었소

당신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을 해서는

고봉으로 담아서 밥상을 내왔는데

밥이 어찌나 달고 맛나던지

남들은 밥맛이 있네 없네 해도

당신은 부자라도 된 것마냥

새끼들 밥 굶기지 않아도 된다고 좋아라 했소

 

마당 한쪽에서

도라지가 보라색으로 꽃

당신인갑다 하오.



ㅡㅡㅡ

#곡성어르신들의인생이야기 #장맛을 찾아서 #장은국력이다 #인생이야기를쓰는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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