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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의 브런치 Oct 22. 2021

고양이를 낳을까? 아이를 키울까?

프롤로그



아이를 하나 더 낳으라는 압박에 못 이겨 고양이를 낳고 말았다.


어머니는 아직도 포기를 못하셨는지 농담 섞인 말과 흘기는 눈으로 협박과 다독임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압박으로 설득하려 하신다. 혼자 살기 힘든 세상이니 딸이든 아들이든 하나만 더 낳으라는 잔소리가 시작되면 슬금슬금 신랑 핑계를 대면서 그 자리를 피하곤 했다.



어느 날, 엄니 댁에 고양이가 들어왔다.시누이와 함께  남한산성에 갔다가 닭백숙집 옆 공원 커다란 벚나무 아래 큰 쇠철통 쓰레기통 안에서 울고 있는 바싹 야윈 고양이를 발견했다. 울 힘도 없이 늘어진 녀석은 저항 한 번 못하고 어머니   손에 안겨 그날로 가족이 되었다. 힘들게 6남매를 키우시느라 인생을 다 허비한 어머님은 고양이 키우기를 완강히 거부하셨지만, 병들고 늘어진 새끼 고양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시누이가 고양이를  말없이 놓고 가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육묘 생활을 시작하셨다.



고양이를 만나기 전날, 꿈에서 노루를 만났다며 고양이 이름을 '노루'라고 지으셨다. '노루'를 데리고 온 날부터 딸아이는 노루에게 완전히 반해버렸다. 매일 노루가 보고 싶다며 할머니 집에 가려고 했고, 노루를 우리 집에 데리고 왔으며 좋겠다고 자주 울었다.고양이를 키우게 해달라고 하도 조르길래 아이에게 협상을 했다. '고양이를 키울래? 아이폰을 사줄까?'



아이는 중1 때까지 폴더폰을 쓰고 있었다. 그러니 얼마나 스마트폰이 갖고 싶었을까? 그것도 꿈에 그리던 아이폰이라니! 적중률 99%의 확신으로 자신 있게 물었다. '고양이를 키울래? 아이폰을 사줄까?'

예상은 빗나가야 재미있고, 99%의 확신을 깨고 1%의 가능성이 이뤄줘야 흥미로운 법이다. 아이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스마트폰 없어도 되니 제발 고양이만 키우게 해 달라'라고 대답했다. 화장실 청소도 자기가 하고, 밥도 주겠다고 호언장담 했다. 지난번 고슴도치 키울 때 아이의 성실함이 입증되었기에 딸아이의 말은 믿을만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그렇다고 바로 입양할 수는 없었다. 생명을 가진 존재라 더 신중해야 했다. 고양이 관련 정보를 모으고 길고양이 앱을 다운로드하여 어떻게 하면 입양할 수 있는지 알아보던 차였다. 아이의 간절함은 이제 극에 달했고, 아빠에게 "고양이 키우게 해 주세요."라는 애교와 협박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내며 집요하게 부모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혹시 네가 외로워서 그러면 엄마가 둘째를 낳아줄까?"라며 마음에 없는 말도 꺼냈지만, 아이는 단호하게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하지 않는다면 서운함이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아이의 진심을 확인한 우리는 가족회의를 거쳐 고양이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했다. 고양이를 입양하면서 둘째 출산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이 물 건너갔음을 짐작하신 엄니는 많이 아쉬워하셨다. 지금은 엄니와 공통 관심사가 생겨 대화의 폭이 넓어졌다. 고양이 사료, 샴푸, 츄르, 발톱깎이를 서로 나눔 하면서 육묘 라이프를 공유하는 중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둘째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휴.. 고양이가 나를 살렸다. 나는 그렇게 고양이를 낳은 것이다.




집사의 냥냥 에세이!




고양이 인문학


아이폰보다 고양이

물질보다 마음

잔소리보다 관심

내일보다 오늘

너보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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