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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의 브런치 Oct 22. 2021

후추와 노루와 뭉치

냥바냥

후추와 노루와 뭉치


고양이를 키울 무렵 주변 친한 지인들도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만나면 사람 얘기보다 고양이 얘기를 더 많이 한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출 시 고양이가 더 보고 싶고 걱정되어 서둘러 집으로 귀가를 하는 진정한 고양이 집사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고양이가 종에 따라 기질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걸 집사들은 *냥바냥이라고 한다. 육아 이야기를 쓰고 육아 멘토로 활동하는 나는 아이를 키울 때 기질을 파악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엄마가 잘 키우려고 갖은 애를 써도 아이의 기질을 모른 채 열심히만 한다면 헛바퀴 도는 것과 다름없는 결과가 발생한다. 먼저 바퀴를 제대로 끼우고 굴려야 잘 굴러간다. 


사람처럼 고양이도 기질을 알고 그에 맞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각기 다른 기질을 가진 3 마리의 고양이를 예를 들어 기질과 놀이, 육묘 방법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후추_아메리칸숏헤어 


노는 걸 좋아하고 무척 활동적인 아이는 '후추'다. 아메리칸 숏 헤어 품종으로 미국에서 쥐를 잡기 위해 키운 종이라고 한다. 사냥을 즐기며 뛰어 노는 걸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고 모험심이 강하다. 이 품종을 키우는 집사가 자신의 고양이의 기질을 모르고 얌전하게 가만히 조용히 있으라고만 한다면 그 고양이는 과연 행복할까? 매일 뛰어논다고 혼이 나는 정적인 집에서 산다면 *아메숏 고양이는 얼마나 심심할까? 다행히 '후추'를 키우고 있는 나는 아메리칸 숏 헤어가 4살까지 몸이 성장하고 매일 1시간씩 뛰어 놀아야 하며 사냥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매일매일 재밌게 놀아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후추'는 유독 빠르게 움직이는 레이저 놀이를 좋아하는데, 레이저를 따닥 하고 켜는 소리만 나도 저 멀리서 후다닥 달려와 사냥 준비를 한다. 엉덩이를 씰룩 씰룩대면서 1초만에 사냥모드로 눈빛이 바뀌고 의자를 뛰어넘어 침대로 올라가 레이저를 잡는 등 방과 거실을 오가며 신나게 우당탕탕 뛰어다닌다. 쥐잡이 출신이라 역시 다르다. 







노루 _ 코리안숏헤어 (길고양이)


반대로 할머니 손에 커서 놀아본 적이 없는 '노루'는 장난감을 가져다가 흔들어도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는 코리안 숏헤어 품종이다. '노루'는 '후추'보다도 더 빠른 순발력을 지녔다. 원, 투 펀치를 날리는 시늉을 하면  '노루'는 잽싸게 피한다. 반대로 '후추'는 원, 투 펀치를 날렸을 때 반 박자 늦게 피하다 장난으로 한 대 맞고 끝이 난다. 그렇게 재빠른 운동 신경을 지녔지만,  '노루'는 아기 때부터 사냥 놀이를 해본 적이 없어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모른다. 장난감을 보거나 처음 보는 물건을 보면 무서워 잽싸게 도망가 버린다. 그 모습이 귀엽고 웃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노루'는 할머니 옆에서 동물농장 방송을 보는 걸 좋아한다. 할머니 옆에서 TV를 같이 시청하다가 할머니가 쓰다듬어 주면 좋아서 똥구멍을 할머니 코앞에 들이밀고, 엉덩이를 팡팡 두들겨 달라고 조른다. 10여 분을 두들겨 줬는데도 또 해달라고 조르는 노루 때문에 팔이 아파 이제 좀 쉴까 했더니만 엉덩이와 꼬리를 단단하게 하늘로 쳐들고 애교를 부리며 또 궁딩팡팡을 해달라고 똥꼬를 들이민다. 이제 좀 가줄래? 




뭉치 _ 랙돌 (봉제인형)


'뭉치'는 봉제인형이라고 부르는 렉돌이다. 렉돌은 움직임이 거의 없고 하루종일 얌전히 지낸다. 털이 길어 관리가 힘든 치명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하얗고 긴 털을 흩날리며 인형처럼 가만히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 인기 최고의 종이기도 하다. 신나게 놀아주고자 레이저를 흔들거나 사냥감을 흔들어 대도 '뭉치'는 관심이 없다. '뭉치'는 바로 코 앞에서 살랑살랑 사냥하기 좋게 장난감을 흔들어 주는 걸 가장 좋아한다. 발만 뻗으면 닿을 공간에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놀아주면 된다. 






고양이를 키우는데 자꾸 육아가 떠오른다. 배고픔과 추위를 해결해 주는 것만으로도 보호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고양이도 우울증에 빠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집고양이가 사냥 본능을 잃어버리면, 문제가 발생한다. 벽을 긁거나 침대에 소변을 테러하는 등 이상행동을 한다. 그러므로 고양이가 좀 더 행복하게 사람과 더불어 잘 살아가길 바란다면 고양이의 기질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놀아줘야한다. 그러면 우리 집 고양이가 하루종일 무기력해 잠만 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내 발을 꽝꽝 물면서 놀아 달라고 보채는 '후추'때문에 이 글을 서둘러 마친다. 레이저로 놀아줘야 할 시간이다. 고양이는 존재 자체가 사랑이라 집사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원하는 것을 기어코 얻고야 만다. 미인계.. 아닌 미묘계로.. 





*냥바냥이란, 집사들의 용어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를 의미한다.

*아메숏, 아메리칸숏헤어의 줄임말로 고양이 품종을 의미한다.



고양이 인문학


종마다 성향이 다르다.

당신은 어떤 성향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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