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그냥, 딱히, 어련히, 간간이
나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아직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면이 너무 많고, 좀 더 다듬은 다음에 말해주고 싶은 건데 그걸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얘는 그런 애려니. 하며 알면서도 슬쩍 넘어가 줬으면 좋겠다.
굳이 나에 대해서 다 말하지 않아도 내 옆에 남아있는 사람이길 바란다. 내가 모든 걸 털어놓지 않음은 앞으로 달라질 우리의 관계 속, 너와 할 이야기를 남겨두고 싶기 때문임을 알아주는 사람이길 바란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서가 아니라 그냥 딱히 나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안달하지 않는 사람이길 바란다.
내가 준비가 되었을 때, 그때의 내가 스스로에 대해서, 우리에 대해서 뿌듯해하며 털어놓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너가 되어줘. 너의 조급함에 나마저 확신이 없어지지 않도록 우리를 위한 너가 되어줘. 오 괜찮은 선택이었네. 역시 너답네.라고 내가 한 과거의 일을 과거형으로 칭찬해주는 너가 되어줘.
그냥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할 수 있게 그냥 나를 내버려두고 간간이 와서 토닥토닥만 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만 해주면 나는 정말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너한테 모든 걸 말해주러 갈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