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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주 Mar 31. 2016

Bush Toilet? in Africa

[아프리카 여행 일기] Day 11.  


저는 한 달 동안 케냐 - 탄자니아 - 말라위 - 잠비아 - 보츠와나 - 짐바브웨 - 남아공을 '자유여행(케냐, 짐바브웨, 남아공) + 트럭킹(*Southern Discoverer)'으로 다녀왔습니다.

*This trip begins in Nairobi, Kenya and travels south through Tanzania, Malawi, Zambia and Botswana, before ending in Victoria Falls, Zimbabwe.

관련 글 : 「나의 청산, 푸른 아프리카」, 「Day1,2. 드디어 여행의 시작
관련 매거진 : [푸른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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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0. 2박3일 응고롱고로-세렝게티 투어 마지막 날


Day 11. 아루샤 -> 팡가니

간만에 늦잠을 잤다. 부스스 눈을 떠보니 오늘 세렝게티로 출발하는 팀들이 짐을 싸느라 분주했다. "그 멋진 세렝게티를 간다니!"라는 생각이 들며 부럽기보다는 "ㅎㅎ난 좀 더 잘 수 있는데" 사소한 상대적 행복감이 차올랐다.

이렇게 일기에 쓰여있는 걸 보니.. 그때 정말 많이 피곤했었나 보다..


하루 종일 트럭 타본 사람? 하잇!

오늘은 그냥 하루 종일 트럭을 탔다. 덜컹덜컹덜커커컹. 아루샤 캠핑장에서 팡가니 캠핑장으로 하루 종일 트럭으로 이동한 것뿐. 그러다 보니 오늘 쓸 얘기는 Bush Toilet 밖에..ㅎㅎ(민망)

Bush [bʊʃ] 명사  1. 관목, 덤불  2. (덤불처럼) 숱 많은 머리[털]
Toilet [|tɔɪlət] 명사  1. 변기  2. 화장실                  

나는 굳이 사전까지 인용하며 친절해지겠다!! 사실 또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그거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오늘은 트럭킹을 시작한 지 5일 만에 처음으로 부쉬 토일렛을 쓴 날이었다. 야생의 초원이라는 세렝게티에는 오히려 제대로 된 화장실이 있었다는 아이러니..


단체로 부쉬 토일렛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 전 세계에 그렇게 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에서만 경험해볼 수 있는 부쉬 토일렛에 대해 그 어떤 글보다 솔직담백하게, 그리고 굳이 세세하게 써보려 한다.^^  


※ 주의

1. 혹시나 비위가 많이 약하신 분이시라면 식사 중에는 읽지 마세요. 식사 중이셨다면 수저나 핸드폰 중 하나를 택하여 내려놓으시길 권합니다.

2. 부쉬 토일렛 글을 쓰다 보니 괜스레 신나서 대체 왜? 사족이 많습니다. 취소선을 사용하긴 하였으나... 후략

3. 다른 글에 비해 사진이 현저히 부족합니다. 이유는 굳이 언급하지 않습니다.


Bush Toilet 이용안내

두어 시간마다 한 번씩, 덜컹대며 달릴 줄만 알았던 트럭이 속도를 줄이면 가이드 크리스가 외친다. "Pee Stop!" 그러면 우리는 주섬주섬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며 트럭에서 내려 나만의 한 평 남짓한 사적 공간을 찾아 덤불로 걸어 들어간다. 만약 길 한쪽에만 덤불이 있다면 여자들만 덤불로 들어간다. 이 자리를 빌려 덤불을 양보해준 우리 트럭 남자분들께 감사를. 덤불의 키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주저앉았을 때 대체로 트럭이 덤불에 가려 안 보일 정도가 될 때까지 걸어갔다. 남자들의 기준은 또 다르겠지. 앉지 않으니ㄲ..


우리에겐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트럭에서 내려 적절한 사적 공간을 선점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경쟁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느지막이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두 가지 선택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너무 쓸데없이 논리적 구성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건 느낌 탓?


첫 번째 선택지, "부지런한 선점"은 최소의 이동으로 적절한 공간을 차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소의 이동이 그다지 큰 장점처럼 들리지는 않겠지만 실제로는 꽤나 큰 장점이다. 앞서 "한 평" 남짓한 사적 공간이라고 물리적 단위를 언급하긴 했지만 저기서 한 평은 말 그대로 나의 신체 반경의 범위를 어림짐작해 쓴 것뿐이다. 네 평의 공간을 4명이 이용한다면 신체적으로는 괜찮겠지만 정신적으로나 시각, 후각 등의 감각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니 말이다. 약 120도라는 우리 눈의 평균 시야각과 아무리 둔감해도 약 8천만 가지의 냄새를 인식할 수 있다는 우리의 후각을 과소평가하지 맙시다. 그렇다 보니 트럭에서 느릿느릿 마지막으로 내려서 적절한 곳을 찾으려면 정말 덤불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덤불이 시원찮다면 봉곳하게 솟은 언덕 뒤를 추천합니다. 

또한 이것은 단순히 귀찮음의 문제만은 아니다. 부쉬 토일렛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 상태의 덤불, 엄밀히 말하면 덤불로 가려진 뒤의 작은 공간을 우리 인간이 잠시 이용하는 것이고 그곳에 뭐가 있을지 알 수 없다. 실제로 우리 일행 중 두 명은 볼일을 보던 중 뱀을 목격했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는 뱀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하던 일을 중단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뒷걸음질 치면서 천천히 움직이다가 충분히 거리를 두었다고 생각됐을 때 뛰었다고 한다. 사파리투어보다 훨씬 더 야생적인 체험인 듯. 가장 사적인 일을 위해 사적인 공간을 찾아 나섰지만 온전히 사적일 수는 없는 그곳, Bush...


두 번째 선택지, "느지막한 여유"는 비록 몸이 조금 고생을 하겠지만 심적으로는 누구보다 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 주자로 가다 보면 앞선 주자들이 어느 지점에 위치해있는지 눈치껏 알 수 있다. 그들의 위치를 파악한 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만한 곳으로 들어가면 된다. 일단 애초에 출발 지점이 길가에 서있는 트럭으로 모두 같기 때문에 다들 사적 공간을 찾는다고 가봤자 대체로 부채꼴 모양으로 퍼진다. 다른 이의 사적 공간을 피해서 간다고 하지만, 아니 일단 덤불 사이로 옷자락 하나라도 보였으니 거기 있음을 짐작하고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지 않겠나. 즉, 다시 말하면 시간 상으로 앞선 주자들은 일을 보는 내내 누군가가 그만의 사적 공간을 찾기 위해 덤불을 사각거리며 지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때로는 목격당하기도. be동사 + P.P?  반면, 시작부터 여유로웠던 마지막 주자는 인위적인 덤불의 사각거림이 아닌, 바람이 만든 자연적인 덤불의 사각거림을 들으며 일도 여유롭고 편하게 볼 수 있다.


한 선택지의 장점이 다른 선택지의 단점이니 각각의 장단점을 잘 분석해 선택을 해야 한다. 논문인 줄 물론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선택해야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후자를 추천하고 싶다. 마음의 평안이 중요하지요..


Bush Toilet의 모습

워낙 생소한 개념인 부쉬 토일렛. 대체로 어떤 곳이 부쉬 토일렛으로 활용되는지 여러 사진을 첨부하고 싶지만 사진이 거의 없다. 이유는... 카메라를 들고 내리지 않아서... 홀가분한 몸에 홀가분한 정신이 깃든다 

다소 호전적이었던 우리의 첫번째 부쉬 토일렛. 찔리면 매우 아프다. 따끔. 잎들이 촘촘해서 숨기 좋음
식사 준비를 하는 공터의 반대편 덤불이 부쉬 토일렛
마지막 주자로서 먼 곳까지 걸어 들어갔다가 언덕까지 넘게됐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풍경.

Bush Toilet 에 대한 솔직한 고백

나는 부쉬 토일렛을 이용하는 것이 싫었다. 좋은 경험이긴 했지만. 싫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귀찮고 민망해서. 트럭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서, 사적 공간을 찾아 헤매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생각보다 귀찮다. 그리고 가이드가 Pee Stop을 외치고 나면 우리는 모두 너무나도 명백한 목적성을 가지고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 민망했다. "나 화장실 간다!"라고 공중에게 외치고 화장실에 가는 느낌이랄까. 다 같이 가는 건데 뭐가 민망하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암묵적인 이해가 기반이 되어 있다는 사실도 민망했다. 민망투성이..


그래서 나는 트럭킹 내내 물을 잘 안 마셨다. 특히, 오랫동안 트럭을 타야 하는 날에는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원래도 물을 그다지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었는데 의식적으로 안 마시려 하다 보니 마트에서 산 500ml짜리 물병에는 3일 후에도 물이 반 병 이상 남아있곤 했다. 땀을 적게 흘리는 편도 아닌데 다행히 별 탈은 없었다. 친구들이 Cactus, 선인장 아니냐며 다음번엔 꼭 사막으로 여행을 가라며 응원(?)을 해주었다. ?

 


부쉬 토일렛은 정말 아프리카 트럭킹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괜히 의미부여? 훗날 누군가가 나의 선택지를 참고해 좋은 선택을 내리길 바라며, 지금까지 하루 종일 트럭만 탄 탓에 쓰게 된 Bush Toilet에 대한 고찰이었습니다.

다음 편에는 바다가 나옵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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